도시에 거주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일수록 국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거부감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일수록 농촌 거주 경험이 적어 농가에 대한 유대감도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이 과거보다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이런 내용이 담긴 ‘2024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를 발간했다. KREI는 작년 10월 한 달간 도시민 1500명(온라인)과 농업인 2459명(우편 및 온라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했다.
KREI가 도시민에게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농산물 시장은 이미 지나치게 개방됐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은 59.0%로 나타났다. 2016년 87.7%에서 8년 만에 28.7%포인트 낮아졌다.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 세대일수록 국내 농산물시장 개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낮았다. 60세 이상에서는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는 비율이 75.8%로 높았지만 50대는 70.4%, 40대는 58.9%로 각각 떨어졌다. 30대와 20대 이하는 각각 45.9%와 38.3%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이 확대될수록 소비자는 더 유리해질 것이다’라는 의견에도 20대 이하(79.5%)와 30대(78.0%)는 10명 중 8명이 공감했다. 40대(73.2%)와 50대(59.7%)에서는 동의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60세 이상은 세 명 중 두 명(66.9%)꼴로 이런 의견에 찬성했다.
국민 전반적으로 국산 농산물에 대한 충성도는 최근 들어 급격히 낮아졌다. ‘수입 농산물에 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우리 농산물을 구입할 것이다’에 동의한 도시민의 비율은 2021년 28.6%에서 2022년 26.8%, 2023년 15.7%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엔 15.4%를 기록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농산물의 ‘국적’을 따지지 않았다. 19~29세의 동의 비율이 11.4%로 가장 낮았고, 30대는 14.9%, 40대는 15.0%가 각각 동의했다. 50대와 60대 이상의 동의 비율은 각각 18.8%와 15.9%였다.
그간 한국 사회는 농산물 시장 개방에 유독 민감해했다. 쌀 시장이 대표적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당시에도 농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정부는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았다. 차일피일 개방을 미룬 대가로 한국은 2015년부터 저율할당관세(TRQ) 방식으로 매년 40만톤 안팎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가격이 폭등했던 사과도 현재 수입되고 있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검역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30년 넘게 수입절차가 해소되지 않은 점을 두고 “농업계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시간이 갈수록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어릴 적 농촌에서 생활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개방 문제를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