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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 '5'를 '0'으로 입력…확인 않고 1호기 따라간 2호기도 '오폭'

입력 2025-03-10 17:44   수정 2025-03-11 00:39


공군이 KF-16 전투기가 경기 포천시 민가를 오폭한 사고는 조종사들이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이를 세 단계에 걸쳐 재확인하는 절차를 게을리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10일 잠정 결론 내렸다. 공군은 부대 지휘관들의 지휘·감독도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현행 작전·훈련 체계는 조종사가 착각하면 이를 바로잡기 어렵게 돼 있어 언제라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군은 시스템 개선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실수와 불운의 연속
공군은 이날 서울 국방부에서 이 같은 내용의 KF-16 전투기 오폭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군 KF-16 전투기 두 대가 지난 6일 500파운드(약 227㎏)짜리 MK-82 무유도 폭탄 여덟 발을 표적에서 10㎞나 떨어진 마을과 군부대 등에 투하해 군인과 민간인 29명이 다쳤다.

첫 번째 실수는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두 명이 사고 전날인 5일 전북 군산기지 지상에서 비행 준비를 하며 다음날 실무장 사격을 위한 비행임무계획장비(JMPS)에 좌표를 입력할 때 빚어졌다. 14개 비행경로와 표적 좌표를 한 조종사가 불러주고 다른 조종사가 받아 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14번째 표적 좌표 숫자 중 ‘05’를 ‘00’으로 입력했다. 13번째 좌표까지는 제대로 비행했기 때문에 지상 관제소에서도 손을 쓸 수 없었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최종 대기 지점에서 폭격 지점까지 전투기가 비행한 시간은 약 1분30초에 불과했다.

이후 1번기 조종사는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에서 좌표를 재확인할 기회도 놓쳤다. 비행 준비 때 프린터가 고장 나 잘못된 임무카드 대신 올바른 좌표를 손으로 써서 들고 조종석에 올랐다. 1번기에 업로드된 좌표와 임무카드가 달랐을 텐데 이를 대조·확인하지 않았다는 게 공군의 설명이다.

최종적으로 1번기 조종사는 사격 지점에서 표적을 육안으로 확인해야 했지만 이마저 소홀히 했다. 공군은 “조종사가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지만 계기만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며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최종공격통제관(JTAC)에게 ‘표적 확인’ 통보를 하고 투하했다”고 말했다.

2번기 조종사는 두 번째 단계에선 정확한 표적 좌표를 입력했지만 마지막 좌표와 다른 지점으로 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1번기를 따라 비행해 폭탄을 투하했다. 공군은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전투기 두 대가 동시에 무장을 투하하는 밀집대형 동시 공격 전술을 훈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사고”
공군 작전·훈련 시스템의 미비점도 드러났다. 조종사 혼자 수차례 좌표 확인을 하도록 돼 있을 뿐 상호·제3자 확인 절차가 없어 조종사가 착각에 빠지면 이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번 같은 밀집대형 폭격에선 1번기 조종사가 실수하면 더 위험하다. 군 관계자는 “실전에서 잘못된 곳으로 저공비행했다면 대공포에 맞아 격추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군은 최종 공격단계 진입 전에 조종사들이 좌표를 상호 확인하는 절차를 추가하거나 중앙방공통제소(MCRC)에 전담 통제사를 지정해 좌표를 확인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비정상 상황 발생 시 조종사가 신속하게 전파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고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할 방침이다.

지휘 관계자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군은 해당 부대 전대장과 대대장 등에 대해 “임무 편조의 비행기록장치 확인 등을 통한 사격편조 표적 브리핑 확인 절차 등 세부 비행 준비 상태 확인·감독 등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현일/배성수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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