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 현장에선 프레스, 용접 설비 등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인력이 쉽게 눈에 띈다. 외국인 여성 근로자도 상당수다. 고령 남성 작업자 위주인 한국과 차이가 있다.
전형적 마치코바 공장인 마에다테크니카는 직원 31명 중 11명이 여성이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70%에 달하는 도요타 2차 협력사 미후네도 현장 직원 230명 중 100여 명이 여성이다. 우메무라 사카시 미후네 회장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섬세한 편이어서 용접 업무 등에 많이 투입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스바루의 부품 공장도 지난해 5%인 여성 근로자를 올해 20%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일본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 노동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2022년 기준 29.9%다. 제조 업체를 대상으로 한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2015년 조사에서도 여성을 활용하고 싶다는 응답률이 61.3%에 달했다. 이 연구소의 오학수 특임연구위원은 “저출생·고령화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20여 년 전부터 기업마다 고령자와 여성이 일하기 편리하도록 작업 환경을 개선해 여성 인력을 꾸준히 늘려왔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전환(DX)을 통해 공장에서 스타트업 분위기로 변신한 텔믹도 여성 인력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직원 164명 중 여성이 70%에 이른다. 다나카 히데노리 텔믹 대표는 “철공소 형태인 창업 초기엔 여성이 입사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텔믹은 잔업하지 않고 일과 시간에 업무를 마치면 점심 식대(1500엔)를 제공하고 매년 하와이 등으로 사원 여행을 지원한다.
제조업에 근무하는 고졸 남성도 적지 않다. 작업 현장의 노하우를 중시해 현장 직원을 임원으로 중용하는 등 유리천장이 없는 까닭이다. 도요타는 2017년 중졸 출신인 가와이 미쓰루 공장 총괄 전무를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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