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여권 무효처분 통지는 2021년 560건에서 2024년 837건으로 3년 새 49% 늘었다.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등 금융 범죄의 거점이 동남아시아 등지로 이동한 영향이다.
수사기관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른 자나 해외로 도피한 범죄자를 인지하면 체포영장을 발부한 뒤 외교부에 여권 무효화를 요청한다. 여권이 무효화되면 범죄자는 공항에서 출국 시도 시 체포되거나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여권 무효화를 요청한 날부터 여권이 정지되기까지는 평균 3주가 걸린다.
여권 무효화가 늦어지는 이유는 여권법에 따른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이다. 외교부는 여권 행정제재 여부 자체 검토, 여권 무효처분 통지서 1·2차 발송, 송달 실패 시 외교부 홈페이지 공시 등과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우편 송달 절차를 두고 있다”며 “여권 무효화 대상자가 본인의 상황을 인지할 시간을 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2월 7일 울산경찰청은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피싱 조직에서 총책으로 활동하며 320억원 규모의 피해를 준 박모 씨(30)의 여권 무효화를 외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효력이 정지된 것은 한 달 뒤인 3월 7일이었다. 그사이 박씨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도망갈 시간을 확보했다.
당시 외교부는 박씨 국내 주소지로 여권 무효처분 통지서를 등기우편으로 발송했지만 수취인이 없어 두 차례 반송됐다. 그는 캄보디아에 체류 중이었기 때문에 한국 자택으로 발송된 우편물을 받을 가능성이 애초에 없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우편 제도가 유명무실해지면서 범칙금 납부 고지서도 온라인으로 송달하는 시대”라며 “해외 체류 중인 범죄자에게 우편을 보내는 무의미한 절차를 생략하고 정부24 등 온라인 시스템을 활용해 통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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