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에서 사면 업무 책임자로 일하다 지난 7일 해고된 엘리자베스 G. 오이어 변호사는 깁슨을 총기 소유권 복원 추천 대상자 명단에 넣으라는 법무부 상부의 압박을 거부한 즉시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약 2주 전 범죄 전과가 있는 사람들의 총기 소유권을 복원하는 실무 그룹을 이끌고 있었다. 이 팀은 사면·복원을 고려할 만한 후보자 명단으로 95명을 선정해 토드 블랜치 법무부 차관실에 올렸다고 한다. 대상자들은 재범 위험이 낮다고 판단된 이들이었다.
그는 이후 차관실로부터 "멜 깁슨을 명단에 추가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차관실은 지난 1월 깁슨의 변호사가 법무부 고위 관리들에게 보낸 서신도 첨부돼 있었다. 깁슨의 변호사는 이 서신에서 '깁슨이 대통령의 특사로 임명받았고, 과거 큰 성공을 거둔 영화를 다수 만들었으므로 총기 소유권을 복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오이어 변호사는 깁슨이 최근 몇 년간 총기 구입을 시도했으나, 과거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 탓에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그는 가정폭력 전과자의 경우 총기를 다시 소지하게 될 경우 총기를 이용한 재범 위험이 높고, 깁슨이 사면 절차상 필요한 객관적인 재범 가능성 평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그를 사면 대상자로 추천할 수 없다고 상사에게 보고했다.
차관실의 고위 관료는 몇 시간 뒤 그에게 전화해 "본질적으로 멜 깁슨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깁슨을 추천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거듭 압박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16일 그의 열렬한 지지자로 알려진 깁슨과 실베스터 스탤론, 존 보이트 등 3명의 원로 영화배우를 '할리우드 특사'로 임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오이어 변호사는 고민 끝에 상부에 거부 의사를 전했고, 몇 시간 뒤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NYT는 이번 사례를 포함해 트럼프 행정부가 법무부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고위직 변호사를 잇달아 해고하거나 강등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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