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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 도용한 미성년자에 당했는데…" 술집 사장 '울분 토로'

입력 2025-03-13 14:29   수정 2025-03-13 14:36

신분증 도용한 미성년자에 당했는데 술집 사장 울분 토로
길에서 주운 신분증을 제시한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던 음식점 관리자가 헌법재판소에서 억울함을 풀었다. 헌재는 적절한 신분 확인 조처를 했다면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해서도 안 된다고 판단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1월 음식점 관리자 A씨가 인천지방검찰청 검사를 상대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023년 8월 저녁 자신이 관리하는 인천 남동구의 음식점에서 한 남녀 손님에게 소주 1명과 맥주 2병을 팔았다. 손님이 들어온 지 40분도 채 되지 않아 경찰서에 '19살 여자가 술을 마시고 있다. 위조 신분증을 제시한 것 같다. 머리는 약간 보라색 탈색. 테이블 남녀가 두 명이다'라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남자친구와 함께 들어온 여성 '김 양'이 미성년자였던 것.

경찰이 출동하자 김 양은 순순히 "길에서 습득한 신분증을 제시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경찰관에게 김 양이 음식점에 출입할 당시 신분증을 확인했다고 진술했고, CCTV에도 A씨가 김 양의 신분증을 확인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2024년 1월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청소년보호법 위반(미성년자 주류 판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피해 정도, 합의 여부, 반성 정도를 따져 기소를 미루는 처분이다. 재판이 없어 전과는 안 남지만, 무혐의가 아니므로 범죄 행위 자체는 인정된다. 수사경력자료에 기록이 일정 기간 남고, 추후 기소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

A씨는 2024년 2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기소유예 처분은 항고 절차가 없어 헌법소원으로만 불복이 가능하다. A씨는 "김 양이 제시한 신분증을 확인하고 인상착의를 비교·대조하는 절차를 거쳐 연령 확인 의무를 다했다"며 "청소년보호법을 고의로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쟁점은 A씨가 김 양이 청소년임을 알면서도 주류를 판매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업주나 관련 종사자는 주민등록증상의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의심이 들면 실물과 자세히 대조하거나, 주민등록증상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보도록 하는 등 추가 확인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술을 판매한 경우 통상적으로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

헌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A씨는 주민등록증과 김 양의 얼굴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며 "검찰은 주민등록증의 사진과 김 양의 얼굴이 명확히 다르다고 주장하나 어느 정도 차이 나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헌재는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A씨가 신분증 확인·대조 이상의 행동을 취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 양은 밝게 염색한 긴 머리에 화장하고 목걸이를 하는 등 성인으로 보일 수 있었고, 주민등록증 사진 역시 염색한 긴 머리에 화장기 있는 얼굴이었다"며 "동일인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했다.

김 양은 당시 만 19세에 가까운 나이였고, 주민등록증상 인물과도 3살 차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는 또 "A씨는 동행한 남자친구의 신분증을 확인했고, 남자친구도 실제 2004년생의 성인이었다"며 "김 양에게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보게 하는 등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A씨가 용인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월 10일 A씨에 대해서 최종 불기소(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헌재 결정 취지를 존중한다는 차원"이라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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