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식사에 40만 원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예약을 받기 시작하자마자 50여 석의 자리가 금세 동난 것은 물론, 대기 명단마저 마감됐다. 파라다이스시티가 '새라새'에서 진행하는 갈라 디너 얘기다.
9코스로 이뤄진 갈라 디너의 가격은 40만 원이다. 여기에 와인 페어링을 추가하면 60만 원.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초고가의 가격이지만, 많은 이들이 몰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싱가포르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레자미(Les Amis)'의 세바스티앙 레피노이 총괄셰프가 진두지휘하는 갈라 디너이기 때문이다. 레자미는 싱가포르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공수한 제철 식재료로 정통 프렌치 요리를 선보인다. 미쉐린 가이드 3스타,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5성, 라 리스트 선정 세계 50대 레스토랑 등 유수의 미식 가이드에서도 최고점을 받는 곳이다.
레자미에 수많은 트로피를 안겨준 이가 바로 세바스티앙 레피노이 총괄 셰프다. 그는 1990년 미식 업계에 첫발을 디딘 이래 탄탄한 기술력과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필리핀, 미국, 프랑스 등 세계 정상들의 만찬을 주관하며 대통령들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만큼,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갈비를 사랑하고, 주말마다 김밥을 먹을 정도로 한식을 즐기지만, 이번 갈라 디너에서만큼은 ‘프랑스 정통 오트 퀴진(haute cuisine, 고급 요리)’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갈라 디너를 이틀 앞둔 12일, 파라다이스 아트파라디소에서 세바스티앙 레피노이 총괄 셰프를 만나 갈라 디너에서 선보일 디쉬와 요리 철학에 대해 물었다.
요리 철학을 소개해 달라.
'클래식 오트 퀴진(haute cuisine·최고급 요리)'에 뿌리를 둔, 정통 프렌치 요리를 선보인다. 세부적으로는 파리 스타일 오트 퀴진을 추구한다. 프랑스 남부 요리가 올리브오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다룬다면, 파리 스타일은 크림과 버터를 많이 사용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계절감과 식재료다. 최고급 프랑스 식재료를 사용해 계절감을 살리고, 손님에게 최고의 미각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미쉐린 가이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라 리스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미식 가이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 끝에 이뤄낸 성취이기에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미쉐린 가이드,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 와인 스펙테이터의 수상 내역은 특별하다. 레스토랑 평가의 정점이기도 하지만, 각각 키친·서비스·와인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레스토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3가지 기준이기에 자부심을 느낀다.
사실 처음 셰프의 길을 가기 시작했을 때는 미쉐린 스타를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레스토랑 오너·팀과 합심해 하나씩 목표를 달성해 나갔다. 2016년 처음으로 미쉐린 2스타를 받았을 때, 바로 다음 날부터 3스타를 받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들어갔을 정도다. 특히 포브스 5스타를 받기까지는 어마어마한 트레이닝이 필요한데, 전문 컨설팅을 포함한 부단한 노력 끝에 이뤄낸 결과여서 정말 뛸 듯이 기뻤다.
한국에서의 첫 갈라 디너를 선보이게 된 소감은.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레자미 손님 중 17%가 한국 방문객이고, 개인적으로도 한국을 자주 찾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요리를 선보이는 것은 처음이라 굉장히 의미가 깊다. 사실 이전에도 한국의 다른 레스토랑에서 제의받은 적이 있으나 거절했다. 협업 제안을 받으면 어느 곳과 협업하고, 어떤 주방에서 요리할지를 매우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검토한다. 아름다운 공간과 훌륭하게 완비된 주방을 갖춘 아트파라디소의 새라새에서는 기쁘게 요리에 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디너에서 선보일 요리를 소개한다면.
레자미의 시그니처 디쉬를 선보일 예정이다. 샴페인 소스와 캐비어를 곁들인 농어, 파리 스타일 랍스터 샐러드가 대표적이다. 10년 간 나의 시그니처 디쉬이기도 했다. 코스의 마무리로는 설탕을 사용하지 않은 초콜릿 타르트를 선보인다. 대표적인 정통 프랑스식 디저트로, 복합적인 질감과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국가의 대통령 만찬을 주관한 바 있다. 기억나는 대통령의 반응이 있다면.
이번 디너에서도 선보일 농어 요리와 랍스터 샐러드는 여러 대통령에게 좋은 평을 얻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오리 요리를 좋아하셨는데,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딱 맞는 오리를 구하기가 어려워 선보일 수 없게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평도 기억에 남는다. 2007년 우크라이나 방문의 정상 만찬을 준비했는데, 해외에서는 식재료 수급 등이 어려워 정통 프렌치 대신 퓨전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식사를 마친 사르코지 대통령이 "파리에 있는 레스토랑보다 더 정통 프렌치식"이라고 극찬해 주셨다.
빠르게 발전 중인 한국 파인다이닝 신을 바라본 소감은.
성장세가 정말 놀랍다. 2014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불과 10년 사이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신세대 한국 셰프들이 파인다이닝 신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열정이 동력이라고 본다. 얼마 전 2025 미쉐린 가이드에서 3스타를 획득한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와는 오랫동안 교류한 사이다. 그를 비롯한 한국의 뉴페이스 셰프들이 있어 한국 파인다이닝 신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프렌치 레스토랑을 고르는 팁을 준다면?
간단하다. 빵과 버터가 제대로인지, 코스 마지막에 치즈를 서브하는지. 세 가지가 정통 프렌치 레스토랑의 기준이다.
김은아 한경매거진 기자 una.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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