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30억원 규모의 쏘카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수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굳이 증권사에 수수료를 주면서 공개매수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가를 띄우려 공개매수 카드를 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의 최대주주 에스오큐알아이는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쏘카 보통주 17만1429주(지분율 0.52%)를 주당 1만7500원에 공개매수한다. 에스오큐알아이는 이 전 대표와 그의 부인인 황현정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번 공개매수의 특이점은 공개매수 물량이다. 에스오큐알아이가 공개매수로 사들이는 쏘카 지분은 최대 0.52%다. 금액으로는 30억원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규모의 물량은 장내매수로도 충분히 확보가 가능하다.
공개매수로 지분을 사들이면 공개매수 사무취급자인 증권사에 수수료도 내야 한다. 공개매수 공고문을 신문에 게재하는 등의 비용도 들어간다. 이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에스오큐알아이는 이번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미래에셋증권에 수수료만 9000만원을 줘야 한다. 공고비용 등 기타 비용은 2900만원으로 예상된다. 30억원 규모의 주식을 사들이는 데 기타 수수료만 1억2000만원 가량 소요되는 셈이다.
이 전 대표는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대부분을 빌린다. 에스오큐알아이는 공개매수 대금 30억원 중 25억원을 푸른저축은행으로부터 차입해 마련하기로 했다. 에스오큐알아이는 보유한 쏘카 주식 80만9171주를 담보로 잡히고, 푸른저축은행으로부터 금리 6.2%에 50억원을 차입했다.
이 전 대표가 이런 비용을 감수하고 공개매수에 나선 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쏘카 주가는 지난해 3월 25일 2만2550원의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뒤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1일 장중에는 1만3550원까지 주가가 내려앉았다. 1년여 만에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주가 부진은 쏘카 최대주주 에스오큐알아이의 마진콜 위협으로 이어졌다. 에스오큐알아이는 지난해 제주은행과 푸른저축은행, IBK캐피탈에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350억을 대출받았다. 해당 대출의 담보 유지비율은 200%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쏘카 주가가 1만2000~1만4000원대로 떨어지면 추가 증거금을 요구받는다. 푸른저축은행과 IBK캐피탈로부터는 이미 추가 증거금 요구를 받아 최근 담보를 추가로 설정했다. 에스오큐알아이는 보유한 전체 지분의 약 73%를 이미 담보로 잡힌 상황이라 담보를 추가 넣을 여력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1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감수하고 장내매수가 아닌 공개매수 방식의 지분 매수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공개매수 공고가 나오면 주가는 공개매수가에 인접한 수준까지 뛰어오른다. 쏘카 역시 공개매수 소식이 알려진 뒤 이날 오전 11시 45분 기준 18.72% 오른 1만682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공개매수 규모가 지분 0.57%에 불과해 주가 상승세가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개매수 청약 수량이 목표 매수 수량인 17만1429주보다 많더라도 에스오큐알아이는 안분비례 방식으로 목표 수량까지만 매수해준다. 에스오큐알아이에 1만7500원에 팔 수 있는 주식은 17만주뿐이라는 얘기다.
이 전 대표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2대 주주인 롯데렌탈을 견제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에스오큐알아이 및 특수관계인은 쏘카 지분 45.06%를 가지고 있고, 2대 주주인 롯데렌탈은 25.7%를 보유 중이다. 이 전 대표는 롯데렌탈이 3대 주주인 SK㈜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등 지분을 확대하고 나서자 2023년부터 장내 매수로 지분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최근 롯데렌탈 인수를 마무리하며 주인이 바뀌자 이 전 대표 측은 더욱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어피티니가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을 연이어 인수하는 등 렌터카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고, 어피니티의 자금력은 이 전 대표 측을 훨씬 뛰어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경영권을 확실히 굳히길 원했다면 쏘카 지분 5% 이상을 공개매수했을 것"이라며 "대규모 공개매수에 나서기엔 자금력이 부족한 이 전 대표가 소규모 공개매수로라도 롯데렌탈과의 경영권 분쟁 구도를 형성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스오큐알아이는 "경영진이 한층 더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상회사의 사업경쟁력과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섰다"고 밝혔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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