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아파트값이 하락하고 있어 경매 물건만 보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 동네에 나오지 않아서….”(경기 고양시 주민 A씨)
올해 경매시장에 ‘역대급’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경매 시장을 들여다보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경매를 활용하면 일반 매매시장의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만큼 경매 공부에 새로 뛰어든 실수요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주거지에서 나온 경매 물건에는 벌써 입찰자가 수십명 몰리고 있다.
통상 경매 신청 후 입찰까지 6개월가량 걸리는 만큼 지난해 신청 물건이 올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날이 풀릴수록 경매시장에 다양한 물건이 몰릴 것”이라며 “서울 지역 물건은 일부 경매가 취하되거나 연기될 수는 있지만 경매 진행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는 253건 이뤄지며 1월(231건)보다 소폭 늘었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은 42.7%로, 지난해 2월 34.9%보다 증가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1.8%였다.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101.3%)와 용산구(100%)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감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됐다. 광진구와 종로구, 중구는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3구를 제외하면 낙찰가율이 낮은 지역이 꽤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경쟁률이 낮을 만한 곳만 봐야 한다”며 “시세 대비 10% 저렴하다면 괜찮은 낙찰가라고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곳은 강동구(77.3%)였다. 동대문구(88.6%)와 양천구(86.6%), 동작구(86.7%), 서대문구(88.3%) 등도 감정가보다 10% 낮은 가격에 경매가 진행됐다.
마포구 서교동 ‘메세나폴리스’ 전용 148㎡는 지난 1월 18억5180만원에 낙찰됐다. 최초 감정가(22억4000만원)의 82.7% 수준이다. 이 단지 같은 면적의 최근 거래가는 24억8000만원이다. 강북구와 노원구 등에서는 10억원 이하 단지도 나오고 있다. 유찰된 단지를 눈여겨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난달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130㎡ 경매에는 87명이 몰렸다. 지지옥션이 2001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서울 아파트 경매 중 최다 입찰자 수를 기록했다. 낙찰가는 감정가(18억3700만원)의 117.5%인 21억5778만원이었다. 이 선임연구원은 “잠실을 중심으로 주변 단지 시세와 호가가 올라가다 보니 입찰자도 낙찰가를 높게 부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경기와 인천 등은 아직 경매시장이 조용한 편이다. 다만 올봄부터 물건이 대거 나오는 데다 경매시장이 부동산 경기 선행 지표로 불리는 만큼 실수요자라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경기의 지난달 경매 진행 건수는 753건으로 1월(528건)보다 늘었다. 지난해 경매가 가장 많이 이뤄졌던 10월(809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낙찰률도 51.8%로 올랐다. 낙찰률이 50%를 넘은 건 7월 이후 7개월 만이다. 특히 지난달 매각이 이뤄진 단지 중 낙찰가율 상위 10개 단지 모두 감정가의 100%를 웃돌았다. 주로 성남이나 수원, 용인 등 서울 접근성이 비교적 괜찮은 곳이거나 재건축을 앞둔 단지라는 게 공통점이다.
인천은 지난달 아파트 225가구 중 75건이 낙찰되며 33.3%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80.5%다. 평균 응찰자 수는 9.6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낙찰가율 상위 10개 단지 중 100%를 넘긴 2곳을 제외한 8곳은 90%대에 낙찰이 됐다.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대방디에트르 리버파크’ 전용 84㎡가 낙찰가율(117.8%)이 가장 높았다. 매각가가 5억7120만원이었는데 시세(6억원)보다는 저렴하다는 평가다.
한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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