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여파로 삼성SDI는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1개월 사이 주가는 10.56% 하락했다. 외국인이 3855억원, 기관이 916억원을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465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지만, 하락세를 막아내진 못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1위다.
이 와중에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졌다. 전날 개장 전 삼성SDI는 이사회를 열고 시설투자 자금 확충을 위한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유상증자로 1182만1000주가 신규 발행되고, 증자 비율은 16.8%다.
삼성SDI는 재무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유상증자를 택했다고 밝혔다. 삼성SDI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것은 창립 후 처음이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 은행차입 및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며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제표 악화 및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해 우선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효과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자금을 많이 조달하려면 주가가 높아야 하는데, 이미 주가가 많이 하락했다는 관점에서다. 주주배정 유상증자 발행가액은 주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현재 예정 발행가는 16만9200원으로 지난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에 15%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됐다. 발행가액이 최종 확정되는 5월22일 주가가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조달 자금은 줄어든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2차전지 관련 기업의 실적은 부진할 전망"이라며 "북미 내 관세 부과, 유럽연합(EU)의 액션 플랜 발표에 따른 유럽 내 전기차(EV)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EV 시장 환경은 비우호적"이라고 짚었다. EU는 액션플랜에서 내연기관 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규제를 완화했다.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늘었지만, 추세적 반등이 나타날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유럽 전기차 판매량 호조세는 지난해 수요 부진으로 쌓여 왔던 재고가 소진된 후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올해 유럽 전기차 판매율 증가율 전망치(20%)를 상향 조정하려면 당분간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와의 경쟁도 부담이다. 정 연구원은 "특히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2021년 3분기 약 75%에서 작년 4분기 41%까지 하락했다"며 "하반기부터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기 위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할 계획을 갖고 있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SDI 주가가 반등하려면 '성장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SDI의 투자 포인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다. 저평가 상태가 해소되려면 성장성이 명확해져야 한다. 특히 비중이 큰 고객사였던 리비안의 공백을 메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유상증자에서 긍정적인 부분도 발견했다. 장기적으로 BMW 플랫폼에 납품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번 유상증자 자금 일부를 헝가리 46파이 라인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BMW 관련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삼성SDI는 조달 자금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JV) 투자, 유럽 헝가리 공장 생산능력 확대, 국내 전고체 배터리 라인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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