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MG손보 노조는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의 현장 실사를 석 달간 거부했다. 실사단의 본사 출입을 막는가 하면 자료 반출도 노조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메리츠화재의 실사를 막은 건 인수 후에도 직원을 계속 고용해줄 사모펀드나 노조 입김이 센 금융지주로의 매각을 원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4년 연속 적자에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184억원)에 빠졌지만 이런 상황은 안중에도 없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일 직원 10% 고용 보장, 총 250억원의 비고용자 위로금을 최후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마저 거부했다. 일부 고용 승계보다 전원이 일자리를 잃는 게 낫다는 것인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MG손보는 앞으로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지 못하면 청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계약 이전 없이 문을 닫는 첫 번째 보험사가 된다. 이 경우 600여 명의 MG손보 임직원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124만 계약자도 예금자보호 대상인 5000만원을 넘는 해약환급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그동안 회사가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보는 와중에도 노조는 ‘무제한 연차’ 등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누려 도덕적 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노조가 막 나갈 수 있었던 건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위원장 출신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뒤에 있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노조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금융지주 중 한 곳에 MG손보를 떠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주주들이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 마당에 금융지주가 완전 고용을 약속하고 부실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없을뿐더러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MG손보 노조가 이걸 믿고 공멸의 길을 자초했다면 정말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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