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전문가들은 핵무장 움직임이 아니라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3년 확장억제 강화 및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기 때문에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한 미국 내 우려는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계엄과 탄핵에 따른 심각한 지역 불안정 때문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는 민감국가 지정 사유를 국가안보, 핵 비확산,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뿐 아니라 지역 불안정 등 광범위하게 열거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이 원인이라는 인식도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당시 한국의 독자 원전 수출이 미국의 원전 기술 유출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다.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SCL에 올린 건 지난 1월 초이고,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종결된 것은 같은 달 17일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미 에너지부 산하에 있는 연구소와 한국 연구소 간에 많은 글로벌 공동연구가, 올해 약 120억원 규모의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공동연구 자체가 무산되는 건 아니지만 연구자의 면담을 위해 미리 신고해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한 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개발과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등 분야에서 미국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은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개발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같은 주요 원자력 기술 상당수가 에너지부 협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원자력 분야 협력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산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민감 국가 지정을 계기로 미국 측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기술 분야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한·미 동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 민감국가·기타 지정국가 목록
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 미국 에너지부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를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목록. 이 목록에 오른 국가의 국민은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원자력, 핵무기 기술, 인공지능 등) 접근과 미국과의 연구 협력이 제한된다
이현일/정소람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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