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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임기말 韓에 민감국가 '대못'…"원자력·AI 협력 차질 우려"

입력 2025-03-16 18:34   수정 2025-03-17 01:09

미국이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한국을 추가한 사실이 알려지자 양국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새로운 제한은 없고, 에너지부는 한국과 협력해 상호 이익을 증진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당장 한국 국적 과학자가 에너지부 산하 국책연구소 등과 공동연구를 할 때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가능성이 크다. 원자력 외 다른 산업에서도 양국 협력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임기말 에 민감국가 대못원자력AI 협력 차질 우려
◇정치권 ‘핵무장 발언’ 영향 미쳤나
16일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는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SCL에 포함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독자 핵무장론이 주된 이유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SCL을 관리하는 에너지부 산하 정보방첩국이 핵무기 및 연료 주기 프로그램, 핵물질 보안 및 핵 테러 방지, 에너지 보안 등을 담당하는 점에 주목한다. 한국과 함께 리스트에 오른 대만 이스라엘 인도 등도 핵무기를 보유했거나 개발을 추진한 전력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1월 북한의 도발 수위가 고조될 경우를 전제로 “한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정치권에서도 자체 핵 보유 주장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국에 핵능력을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전에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핵무장 움직임이 아니라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3년 확장억제 강화 및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기 때문에 한국 자체 핵무장에 대한 미국 내 우려는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계엄과 탄핵에 따른 심각한 지역 불안정 때문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는 민감국가 지정 사유를 국가안보, 핵 비확산,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뿐 아니라 지역 불안정 등 광범위하게 열거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이 원인이라는 인식도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당시 한국의 독자 원전 수출이 미국의 원전 기술 유출에 해당한다며 반발했다. 미 에너지부가 한국을 SCL에 올린 건 지난 1월 초이고,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종결된 것은 같은 달 17일이다.
◇한·미 원자력 협력 차질 빚나
미 에너지부는 “민감국가에 포함됐다고 미국인이나 에너지부 직원이 해당 국가에서 사업하는 것이 금지되는 건 아니다”며 “마찬가지로 해당 국가 국민이 에너지부를 방문하는 것도 금지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연구원이 에너지부 직원과 면담하려면 45일 전에 신고하고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협력에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감국가 출신 연구자가 에너지부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연구에 참여하려면 더 엄격한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미 에너지부 산하에 있는 연구소와 한국 연구소 간에 많은 글로벌 공동연구가, 올해 약 120억원 규모의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공동연구 자체가 무산되는 건 아니지만 연구자의 면담을 위해 미리 신고해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한 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개발과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등 분야에서 미국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국은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개발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같은 주요 원자력 기술 상당수가 에너지부 협조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원자력 분야 협력이 특히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산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민감 국가 지정을 계기로 미국 측이 다양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미래 기술 분야 협력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한·미 동맹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민감국가·기타 지정국가 목록

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 미국 에너지부가 미국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를 지정해 특별 관리하는 목록. 이 목록에 오른 국가의 국민은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원자력, 핵무기 기술, 인공지능 등) 접근과 미국과의 연구 협력이 제한된다

이현일/정소람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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