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지난해 인수하려다 무산된 호주 조선·방사업체 오스탈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의 호주 자회사인 'HAA No.1 PTY LTD'가 오스탈 지분 공개매수를 위해 1억8000만호주달러(약 1655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오스탈 주식 9.9%를 주당 4.45호주달러에 인수하는 게 목표다. 전날 주식시장 종가 대비 16%가량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이날 한화시스템은 2027억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42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HAA No.1 PTY LTD'에 투입하겠다고 공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유상증자 참여 목적을 "발행회사를 통해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는 이 자금을 호주 조선·방위산업 업체인 오스탈 지분 공개 매수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를 포함해 HAA가 마련한 자금은 3378억원이다. 이날 시가 총액 기준 오스탈 지분의 약 26%를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다.
오스탈은 해군 함정과 고속 페리, 해상풍력 발전소, 석유·가스 플랫폼용 선박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2023년 11월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선정됐다. 오스탈은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 앨라배마 조선소를 통해 미 해군 관련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다. 미국 해군에 선박을 설계, 건조해 납품한다.
이 때문에 오스탈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사위원회(FIRB)와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미국 국방방첩안보국 등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앞서 한화는 2021년 오스탈 인수에 나섰으나 지난해 9월 최종 무산됐다. 당시 오스탈이 '인수 전 실사를 하려면 500만 달러를 내야한다'는 조건을 거는 등 협상에 비협조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화그룹이 오스탈 인수 재추진에 나선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조선업의 미국 진출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미국 진출을 위해 오스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스탈은 2022년 이후 미국 해안경비대로부터 33억달러(약 4조3500억원) 규모의 해안경비함 건조공사를, 미국 해군으로부터는 1억5600만달러(약 2060억원)짜리 선박 2척의 건조 주문을 받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와 앨라배마의 오스탈 조선소를 양축으로 미국 선박 발주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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