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경제 성장 및 소득 수준 증가 등에 힘입어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가 빠르게 늘었지만 고령화 및 인구구조 변화, 경제 성장률 하락 등의 영향으로 성장 동력은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엔 경제활동이 활발한 30~50대 인구 비중이 급격히 늘었고, 경제 성장에 따라 차를 구매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하지만 주요 소비층인 30~50대 인구 비중은 1990년 46.0%에서 2010년 47.6%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비중은 45.4%로 더 낮아졌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장기적으로 자동차 등록 대수가 순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10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자동차 등록 대수 성장률은 2015년 정점(4.3%) 이후 낮아지고 있다. 국내 승용차 등록 대수는 2020년부터 연평균 0.9% 증가했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지난해 2630만 대이던 승용차 등록 대수는 2040년 2460만 대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층(60∼80대)의 자동차 등록 대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10년간 국내 총등록 대수 증가율은 2.3%였는데, 60대와 70대가 나란히 6.7%, 80대는 5.5%로 높았다. 다만 60∼80대의 1인당 등록 대수 증가율은 총등록 대수에 못 미치는 점을 고려할 때 구매 성향이 바뀌었다기보단 인구 증가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젊은 소비층을 보면 20대의 총등록 대수 증가율은 4.7%로 다소 높았지만 30대는 -0.4%, 40대는 0.1%에 그쳤다. 50대는 2.1%였다. 특히 30대의 1인당 등록 대수는 지난 10년간 평균 0.9% 증가해 80대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늘어 자가용을 보유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20대에 일찍 차를 사고 30대에 재구매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실제 30대 가구 중 미혼 가구와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에서 2024년까지 각각 21%포인트, 16%포인트 증가했다. 향후 30~40대 인구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해당 연령대 인구의 소비 성향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자동차 수요에 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인천 지역은 서울보다 1인당 등록 대수 증가율이 더 높았다. 인구 증가 영향으로 비수도권 대비 총등록 대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임 선임연구원은 “향후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 및 고령층의 영향력이 커지는 한편 경제성 있는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가구·주거 특성 변화, 도시화 등의 특징 역시 30~40대 및 수도권 지역 인구를 중심으로 경제적인 차량에 대한 수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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