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에 (공장을) 지어라. 그러면 관세는 없다(Build it here, There is no tariff)”고 말하기도 했다. 관세 부과의 목적이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이를 통한 일자리 확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제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약달러가 필수적으로 동반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캐나다·멕시코 관세, 상호관세,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추진하는 주요 이유가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점차 드러나면서다.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기 위해선 미국 국내외 기업들이 미국 내에 제조 시설을 짓는 동시에, 약달러로 수출 경쟁력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달러 강세는 우리 제조업체에 재앙”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미런도 기존 연구 보고서에서 달러화 강세의 탈피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해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조업 강화를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글로벌 달러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대로 이어온 강달러 정책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 안보를 목적으로 국방비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이를 국채 발행을 통해 감당했다. 이에 맞물려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주면서 달러화 강세가 유지됐다. 이로인해 글로벌 자금은 미국 주식과 국채로 쏠렸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용인할 경우 이같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의 군비 지출 확대와 중국의 경기 부양도 달러화 약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을 위한 국방비 지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강화한 가운데 유럽 주요국들이 군비 지출 확대와 재정 준칙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게 유로화 가치를 올리는 중이다.
투자자문사 카슨그룹의 소누 바르게세 글로벌 시장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 같은 유럽의 변화를 두고 “팬데믹 부양책과 같은 일회성 조치가 아닌 공언이라는 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안도 변수다. 감세로 생긴 재정 공백을 관세 수입으로 다 메우지 못할 경우 그만큼 재정적자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 국채 금리가 올라가면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무역적자는 해결하고 싶으면서도 달러 패권을 놓기 싫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된 경제 정책도 불확실성을 더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중국과 러시아를 주축으로 하는 브릭스(BRICS)의 탈달러 논의를 두고 “달러를 다른 통화로 대체하려고 시도한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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