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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효과에 서학개미 몰렸다…8개월새 거래대금 83배 폭증

입력 2025-03-17 17:35   수정 2025-03-17 17:42

공짜 효과에 서학개미 몰렸다8개월새 거래대금 83배 폭증
메리츠증권을 통한 해외주식 거래대금 규모가 지난 8개월간 83배 급증했다. 연간 수백억원을 투입하는 수수료 무료화 마케팅이 효과를 내는 분위기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달 기준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1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1300억원) 대비 83배 급증했다. 작년 6월엔 11개 주요 증권사(토스·삼성·미래·키움·메리츠·NH·신한·한국투자·신한투자·하나·대신) 중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가장 적었지만, 지난달엔 업계 5위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국내주식 거래대금도 증가세다. 작년 6월 4조19억원에서 지난달 8조38억원으로 불어나 두 배가 됐다. 지난해 국내주식 거래대금 연성장률 10% 이상을 넘긴 곳이 드문 증권업계에서 그야말로 압도적인 성장 속도다.

거래대금이 폭증한 건 무료 수수료 정책 덕분이다. 메리츠증권은 작년 11월부터 온라인 전용 투자 계좌 '수퍼365’에 대해 내년 12월까지 국내·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는다. 미국 주식을 매도할 때 내야 하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수료와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수수료 등도 자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사실상 주식 투자에 들어가는 모든 수수료를 받지 않는 첫 사례다. 그간 덩치에 비해 개인 투자자(리테일) 점유율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메리츠가 내놓은 강수다.


수수료 무료화 이후 수퍼365 계좌엔 지난달까지 거의 3주에 1조원꼴로 예탁자산이 유입됐다. 무료화 정책 전 9300억여원이었던 계좌 예탁자산 규모는 지난달 5조원을 돌파했다.

2만3000명에 그쳤던 계좌 이용자는 1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유입된 자산은 달러화와 해외주식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미국 증시 등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자산을 옮겨갔다는 얘기다. 새로 유입된 투자자는 30·40대가 60% 가량을 차지했다.

갈아타기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증하자 업계 일각에선 견제 움직임도 일었다. ‘리테일 강자’ 키움증권은 자사 계좌 이용자가 다른 증권사 계좌로 해외주식을 이전하도록 지원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올초 중단했다.

업계는 메리츠증권이 거래수수료를 투자자 대신 지불하는 과정에서 드는 비용이 매년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일정 리테일 점유율을 확보한 대형사들이 쉽게 ‘맞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처지는 다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수수료 무료화 정책 이전인 작년 1~3분기 해외 주식 수수료로 19억5100만원을 거뒀다. 1위인 미래에셋증권 해외 주식 수수료 수입(1802억원)의 9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잃을 것보다 얻을 게 더 크다는 얘기다.

메리츠증권은 이번 마케팅을 리테일 강화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새로운 디지털 투자 플랫폼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S&T·리테일 부문 대표는 지난달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말까지 수퍼365 계좌에 대해 발생하는 수수료 비용은 최대 1000억원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이는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리테일 선도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장기적 투자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조아라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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