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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압기 일감 3년치 확보한 일진전기…"2차전지도 도전"

입력 2025-03-17 17:31   수정 2025-03-18 01:32

변압기 일감 3년치 확보한 일진전기2차전지도 도전
짐을 실어 나르는 빨간색 틀이 공중에서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지게차 같은 역할을 하지만 바퀴 없이 공기 부력으로 80t의 초고압 변압기를 거뜬히 들어 옮겼다. 154kV 이상의 전압을 처리할 수 있는 초고압 변압기는 전력 송배전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가격이 대당 평균 20억원 정도다. 이런 고가의 초고압 변압기 수십 대가 출하 대기 중이었다.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 호황으로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인 일진전기 충남 홍성 공장의 모습이다.
◇증설로 연 매출 2조원 목표
지난 14일 만난 유상석 일진전기 대표는 “지난해 11월 홍성 2공장 증설을 완료한 뒤 초고압 변압기 연간 생산능력이 2600억원에서 44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며 “초고압 차단기 및 케이블 사업에서도 생산성 향상으로 신규 수주를 늘려 올해를 퀀텀점프의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첫 인터뷰인 유 대표는 “초고압 케이블과 초고압용 대형 전기설비를 모두 제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으로 전력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며 “1998년 초고압 분야에 진출한 후발주자지만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일진전기는 국내 사업에서 벗어나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등 40여 개국에 초고압 변압기와 케이블을 공급하고 있다. 품질 우선주의와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아 105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기술력 덕에 실적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2019년 매출 6683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조5772억원, 영업이익 797억원으로 5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36%, 599% 증가했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조 매출 클럽’에 가입한 데 이어 올해 매출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유 대표는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신재생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전력기자재 수요가 증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며 “기존 5 대 5인 국내와 해외 사업 비중을 4 대 6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가 글로벌 전력시장의 30%를 차지하는데 미국의 경우 자체 생산 물량이 20%밖에 안 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8년 동안 반덤핑 관세로 영향을 받고 있지만 추가 관세 조치가 나와도 미국에서 점유율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변압기는 최소 3년, 케이블은 2년 치 일감이 쌓여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터리 소재에 승부수
2차전지 소재 산업도 강화하기로 했다. 유 대표는 “‘전력기자재를 만드는 회사가 왜 2차전지 산업에 뛰어드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린 원래 소재(알루미늄, 구리 등)를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라며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합금 음극재를 12년 정도 연구해 지난 7일 인터배터리 2025에서 처음 공개했다”고 소개했다. 실리콘 합금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다섯 배 높은 저장 용량을 제공하는 혁신 소재다.


그는 “국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와 상용화 시험 중이며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2025년 19억달러(약 2조7500억원)에서 2035년 66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유 대표는 “전력 부문을 중점 사업으로 키우되 차세대 배터리 소재 사업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홍성=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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