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한 65세 이상 고령자가 1375명에서 1621명으로 늘었다. 최근 4년 사이 17.8% 증가했다. 전체 양수자 대비 비중도 2021년 14.1%에서 15.7%로 1.6%포인트 증가했다.
택시기사를 그만두더라도 면허를 시장에서 되파는 과정을 통해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개인택시 면허(번호판)는 현재 1억2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차량 구매 비용까지 고려하면 개인택시 창업에 1억6000만원가량 든다.
66㎡ 면적의 유명 치킨 브랜드 매장을 내려면 임차료를 제외하고 1억2000만원가량이 든다. 매장 인테리어 비용만 1억원이 소요된다. 사업을 접으면 회수하기 어려운 비용이다.
6070세대 사이에서 개인택시가 인기 있는 이유는 투자 가치도 있어서다. 약 5년 전 8000만원 수준이던 서울 택시면허 가격은 2023년께 1억원을 넘어선 뒤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경기 양주, 화성 등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지역의 면허 시세는 1억원대 후반에서 2억원까지도 호가한다.
퇴직금 등 목돈으로 개인택시를 시작한 대기업 출신 ‘고스펙 택시기사’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60대 개인택시기사 권모씨는 “제약회사에서 정년퇴직한 후 지난해 말 택시면허를 양수받았다”며 “원하는 시간대에 일할 수 있어 비교적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교장 출신, 중소기업 임원 출신 택시기사도 여럿 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택시 창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로 은퇴한 6070세대가 나이 제약 없이 근로활동을 이어갈 일자리가 없는 현실이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학력 고숙련 기술을 낭비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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