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이제 막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하는 A단지의 한 관계자는 18일 “정비사업 관련 법안이 변경되면서 일선 현장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이 지난해 11월 통과돼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사실상 ‘지침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A단지는 지난해 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하려고 했지만 구에서 접수하지 않았다.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이 시행되면 어차피 예비안전진단 절차가 생략된다는 이유에서다. 법 개정안에 따라 사업시행계획인가 전까지 재건축진단(안전진단 명칭이 바뀐 것)을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A단지 측은 재건축진단에 대비하기 위해 준비사항 등을 질의했는데 “아직 국토교통부에서 별도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사무실 임차나 주민 모금 등 추진위원회 설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려고 했다. 현재 재건축 절차는 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새로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전에도 추진위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추진위 준비 작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 없다. 아직 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구의 검인이 찍힌 서면동의서 발급이 불가능해서다. 추진위 관련 운영 기준과 절차 등도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지침 미비로 법이 통과된 후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다”고 했다.
이어 “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에 빨리 사업 본궤도에 오르려는 조바심도 있는 만큼 재건축 초기 단지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단지 관계자도 “6개월 가까이 업무 공백으로 사업 지연을 우려하는 조합원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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