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와 업계 등에 따르면 2019년 140억2000만원 규모인 국내 글꼴산업 시장은 2022년 260억7000만원으로 약 1.8배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글꼴산업이 빠르게 성장했다”며 “기업과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 글꼴을 제작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산돌을 비롯해 윤디자인그룹, 폰트릭스 3개 업체가 국내외 기업 대표 상품의 전용 글꼴을 만들며 시장을 과점해왔다. 산돌은 맑은고딕(사진), 애플 아이폰의 ‘애플 산돌 고딕 네오’ 등을 제작했다. 윤디자인그룹과 폰트릭스도 각각 ‘안성탕면체’, 롯데마트의 ‘더잠실체’ 등을 개발했다. 이 가운데 산돌이 지난해 6월 업계 2위 윤디자인그룹을 인수하며 점유율 약 90%를 확보했다.
이 같은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발판 삼아 외국어 제작으로 발을 넓혔다. 산돌은 2017년부터 IBM과 협력해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를 지원하는 글꼴 ‘IBM 플렉스 산스(Sans)’를 개발했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의 LG전자 부스에서 선보인 디스플레이 광고에서도 산돌이 제작한 ‘LG EI 헤드라인’ 글꼴이 활용됐다. 산돌 관계자는 “영어, 베트남어, 그리스어 등 현지 기업과 협업해 다국적어 글꼴을 개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글꼴 회사와 협업해 매출을 늘리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 1위 글꼴 기업 모리사와가 폰트릭스의 글꼴 플랫폼에 자사 글꼴 공급을 시작한 게 대표 사례다. 폰트릭스는 같은 해 1월 영어 글꼴 회사 타입타입(TypeType)과 국내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분야에서 모바일 글꼴 서비스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2010년 모바일 글꼴의 첫 상용화가 이뤄진 후 매년 10~15% 성장해왔다는 게 업계 평가다. 모바일 글꼴은 동영상, 책, 프레젠테이션(PPT) 등에서 주로 쓰이는 기존 글꼴과 달리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글꼴 디자인을 바꿀 때 활용된다. ‘GF 연필로쓴고딕’ ‘TSC 쿠키베어’ ‘DD 동네산책’ 등이 대표적이다.
산돌이 2022년 8월 이 서비스를 본격화한 이후 지난해 모바일 글꼴 결제량은 전년(2023년)보다 45% 증가했다. 대학생 김재성 씨는 “너도나도 사용하는 기본 글꼴보다는 차별화된 느낌을 살리고 싶어 최근 스마트폰 글꼴을 바꿨다”며 “커피 한 잔 가격에 기분에 따라 다양한 글꼴로 스마트폰을 꾸밀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글꼴 시장은 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인포메이션(GII)에 따르면 2021년 11억1000만달러인 글로벌 글꼴 시장 규모는 2028년 14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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