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휴전 합의를 파기했다며 반발했다. 가자지구 휴전이 깨지고 양측이 전면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거듭 거부하고 휴전 협상과 관련한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을 명령했다”며 “이스라엘은 지금부터 하마스에 군사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우리는 가자지구 전투에 복귀했다”며 “인질이 모두 귀환하고 전쟁의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현재 인질 59명을 가자지구 곳곳에 분산해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35명이 사망하고 24명이 생존한 것으로 이스라엘은 보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2시께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고위급 지휘관, 땅굴, 무기 저장고 등 하마스 목표물 수백 개를 노린 광범위한 공습을 가했다. 가자지구 내 주요 도시인 칸유니스와 라파에서도 공습 피해가 보고됐다. 이번 공습은 올해 1월 19일 휴전 발효 후 최대 규모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따르면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404명이 사망하고 526명이 부상당했다. 이 중 몇 명이 전투원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가자지구 민방위국은 사망자 대부분이 어린이, 여성, 노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이집트와 라파를 연결하는 국경 검문소도 폐쇄했다. 이곳은 가자지구로 필수 지원 물자가 이동하는 통로이자 부상자가 가자지구를 빠져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파기했다”며 “가자지구에서 억류 중인 인질 59명의 운명이 불확실해졌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공격 재개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백악관은 이번 가자지구 공습과 관련해 이스라엘과 (사전에) 협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 후티 반군, 이란 등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테러를 일으키려는 모든 이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번 공습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이런 공격이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며 공격은 공습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공습에 이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할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예루살렘포스트, 와이넷 등 이스라엘 언론은 “가자지구 휴전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휴전 중재국인 이집트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공격은) 노골적인 휴전 합의 위반으로, 역내 안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한 갈등 고조 행위”라며 “모든 당사자가 자제력을 발휘하고, 중재자들이 영구 휴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월 휴전에 합의했다. 1단계 휴전은 42일간 유지된 뒤 이달 1일 종료됐다. 이후 양측은 휴전 연장을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은 1단계 휴전을 50일 연장한 뒤 남은 인질의 절반을 먼저 석방하고 영구 종전에 합의하면 나머지 인질을 풀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의 이견으로 휴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날 공습을 감행한 것이다.
가자지구 전쟁이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에 국제유가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8일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장 초반 1% 넘게 상승했다.
임다연/이혜인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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