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기업 대규모 유상증자 불가피합니다.”
이성 NH투자증권 IB1사업부 대표(사진)는 지난 19일 여의도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2차전지 기업은 전기차 시장 정체로 지난해 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나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2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시장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한 에코프로그룹 등 2차전지 기업들이 추가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대표는 “2차전지 기업을 시작으로 방산 기업 역시 매출 증가에 따른 운영 자금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며 “회사채 발행만으로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어 유상증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기업들이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재무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한항공 역시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매출채권을 유동화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NH투자증권도 그동안 약점이던 유동화증권 부문을 강화해 종합증권사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들이 핵심 사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카브아웃(분할 매각)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신이 강점이 있는 사업 위주로 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롯데렌터카, SK스페셜티, CJ 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대기업 카브아웃 딜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이런 딜을 선제적으로 수임하기 위해 기업들과의 접점이 가장 많은 회사채 시장에서의 커버리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회사채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강화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기업들 상장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올해 IPO 인벤토리가 많지 않지만, 내년과 내후년 시장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1~2년 내 주목받을 업종의 기업들의 상장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대표는 “금융당국이 IPO와 공개매수, 유상증자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일정 부분 공감하지만 과도한 규제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업종별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건설업 부진이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건설 경기가 회복되기를 바라지만, 아직 여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며 “특히 지역금고와 저축은행의 부실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석유화학 기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가 유럽 대신 중국으로 대량 유입되는 ‘원유 덤핑’ 현상으로 국내 석유화겅학 업종이 위축된 측면이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고 유가가 정상화되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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