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1만8000㎡ 규모의 삼양에코테크 시화공장에 4만9680t의 페트병이 쌓여 있었다. 국내 연간 페트병 배출량(약 40만t)의 8분의 1 수준이다. 이곳에 모인 페트병들은 비닐·금속 제거, 라벨 제거, 분쇄 등 15단계의 공정을 거쳐 재활용 플레이크로 바뀐다. 화학적 작용 없이 재활용하는 ‘물리적 재활용’(MR) 방식이다.
재활용 플레이크는 궁극적으로 리사이클(R) 칩으로 제조된다. 이를 위해 석유화학 공정을 통해 초고온에 녹여 물엿처럼 만든 뒤 액체에 담근 채 칼날 회전기로 작게 잘라낸다. 이렇게 나온 구형의 알갱이들이 R칩이다. 삼양에코테크는 연간 6억 병의 페트병을 제작할 수 있는 2만2000t의 R칩을 생산한다.
삼양에코테크는 올해를 페트병 재활용산업 성장의 원년으로 규정했다. R칩은 플라스틱 원료보다 생산 비용이 1.5배가량 비싸 최근까지 사용처가 많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달라져서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페트병에 재활용 원료(R칩)가 10% 이상 섞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을 지난달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 환경부는 2030년 R칩 비율을 3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 설립된 삼양에코테크의 지난해 매출은 283억원에 그치지만, 페트병 환경규제가 본격화되는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출이 뛸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호 대표는 “재활용 소재의 의무 사용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국내외에서 재활용 소재 사용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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