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20일 공시했다. 구주주 청약은 6월3일부터, 일반 공모 청약은 오는 6월9일부터 각각 이틀 동안 진행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그룹 역사상 최대 금액의 유상증자에 나선 건 방산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맞춰 생산 거점을 대폭 늘리기 위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자금 상당 부분을 유럽과 중동, 호주, 미국에 생산 시설을 짓는 데 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2035년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방산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1조6000억원을 지상 무기 생산을 위한 해외 공장 설립에 쓴다. 늘어나는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의 방위력 증강 움직임에 대공·포병·장갑차 등 지상무기체계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판단에서다. K9 자주포뿐 아니라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대공방어시스템, 탄약(추진장약) 등의 생산 시설이 대상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 등에서 현지 생산과 투자를 조건으로 수주 협상을 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되면 수주 협상력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9000억원은 한국을 글로벌 R&D 거점으로 키우기 위한 시설 투자에 쓰인다.
미국 군함 수주 등 해양 산업엔 8000억원이 투입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미국과 호주 등에 조선소를 보유한 오스탈 지분 9.9%를 사들이고, 추가로 지분을 확보하며 인수합병(M&A)에 나서기로 했다. 오스탈 이외에도 추가적인 해외 조선 시설과 지분투자에 적극 참여한다.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개조 작업에도 적지 않은 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수상함과 지원함 수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선 필요한 조치다. 이밖에 무인기용 엔진 개발 시설에도 3000억원을 투입한다. 독자적인 무인기용 엔진 개발 등 항공엔진 기술의 자립도를 높일 계획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이날 “전략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과 조선해양, 우주항공 분야 1등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4.5% 밀린 72만2000원으로 마감했으나 시간 외 거래에서 하한가로 직행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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