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가 지난 1월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했다. 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보유한 월드클래스 선수가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에서 계속 뛰기로 한 것이다. 손흥민을 아끼는 팬들은 “우승을 위해 빅클럽으로 이적해야 한다”며 아쉬워하지만 인재 경영 관점에서 보면 그의 토트넘 잔류는 글로벌 인재 쟁탈전의 타깃이 되는 톱클래스 인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 조직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엔리코 모레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직업의 지리학>에서 도시의 경쟁력이 인재 확보의 결정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토트넘 연고지 런던은 유럽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영어 미디어를 통해 손흥민의 활약이 세계로 전파되는 글로벌 축구의 허브다. 인천~런던 직항편은 국가대표 합류와 가족, 친구들의 방문을 원활하게 한다. 런던 한인타운의 식당과 편의시설은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처럼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은 인재를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테슬라, HP 같은 글로벌 기업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한 것도 댈러스와 오스틴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정주 환경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막대한 주식 기반 보상으로 세계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어 단순한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언더독 기업들은 차별화된 직원 가치 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EVP)을 마련해야 한다.
EVP는 조직이 인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총체적 가치로,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정주 여건, 업무 환경, 경력 개발 기회, 조직문화, 가족 친화적 정책 등을 아우른다. EVP는 현재와 미래의 구성원에게 “왜 우리 조직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제공해야 한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선택했듯, 글로벌 인재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맞춤형 EVP로 구현한다면 한국 기업도 글로벌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가 지난 1월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했다. 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보유한 월드클래스 선수가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에서 계속 뛰기로 한 것이다. 손흥민을 아끼는 팬들은 “우승을 위해 빅클럽으로 이적해야 한다”며 아쉬워하지만 인재 경영 관점에서 보면 그의 토트넘 잔류는 글로벌 인재 쟁탈전의 타깃이 되는 톱클래스 인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 조직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도시, 인재를 끌어당기는 자석
엔리코 모레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직업의 지리학>에서 도시의 경쟁력이 인재 확보의 결정적 요소임을 강조한다. 토트넘 연고지 런던은 유럽 정치·경제의 중심지로, 영어 미디어를 통해 손흥민의 활약이 세계로 전파되는 글로벌 축구의 허브다. 인천~런던 직항편은 국가대표 합류와 가족, 친구들의 방문을 원활하게 한다. 런던 한인타운의 식당과 편의시설은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처럼 도시가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은 인재를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테슬라, HP 같은 글로벌 기업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본사를 이전한 것도 댈러스와 오스틴이 제공하는 매력적인 정주 환경 때문이다.
◇공간, 아침 출근길이 설렌다
토트넘 홈구장은 유럽에서 가장 최근인 2019년 지어진 최첨단 스타디움이다. 매일 아침 환상적인 시설에서 훈련하는 것 자체가 선수들에게 특별한 동기부여를 한다. 이는 한국 축구의 또 다른 레전드 박지성 선수가 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드 트래퍼드가 명문 클럽의 위상에 맞지 않게 낙후된 시설로 악명 높은 것과 대비된다. 이제 쾌적한 업무 공간은 실리콘밸리만의 특권이 아니다. 국내 기업도 빽빽한 파티션식 사무공간을 재설계하고 있으며, 일부 유망 스타트업은 한남동 성수동 같은 핫플레이스에 현대식 오피스를 마련해 직원 경험을 높이고 있다. ◇몰입, 내가 성장하고 있는가?
손흥민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아시아 선수 최초의 주장으로 토트넘을 우승으로 이끌고자 하는 열망을 자주 드러낸다. 세계적인 빅클럽으로 이적해 우승이 보장되는 강력한 스쿼드의 일원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중심이 돼 팀을 정상에 올려놓는 도전에 아직은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늘날 인재들이 조직 명성만큼이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에 몰입하는 것을 중시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뛰어난 인재일수록 스스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택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과 시장 가치를 입증하려 한다. ◇동료, 함께라서 더 강하다
토트넘은 한 경기에서 11명의 선발 선수가 11개국 출신인 적이 있을 정도로 인종과 언어가 다양한 선수로 구성돼 있다. 올 시즌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팀의 결속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모인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복잡한 현상을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수의 탁월한 개인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복지는 멋진 동료’라는 말처럼 즐겁게 협력할 수 있는 인재로 전체 조직을 구성하는 것 역시 중요해지는 이유다. ◇골리앗과 싸워 이기는 법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손흥민 같은 리그 최고 공격수가 토트넘 같은 약팀에서 헌신하는 이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막대한 주식 기반 보상으로 세계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어 단순한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언더독 기업들은 차별화된 직원 가치 제안(employee value proposition·EVP)을 마련해야 한다.
EVP는 조직이 인재에게 제공할 수 있는 총체적 가치로,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정주 여건, 업무 환경, 경력 개발 기회, 조직문화, 가족 친화적 정책 등을 아우른다. EVP는 현재와 미래의 구성원에게 “왜 우리 조직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제공해야 한다.
손흥민이 토트넘을 선택했듯, 글로벌 인재들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맞춤형 EVP로 구현한다면 한국 기업도 글로벌 거인들과의 경쟁에서 최소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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