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연금 보험료율은 26년부터 매년 0.5%씩 8년간 올려 13%로, 소득대체율은 26년부터 43%로 상향 조정했다. 연금 고갈 시점은 종전 2055년에서 2064년으로 9년 늦춰졌는데, 이는 현재 만 16세인 2009년생이 국민연금을 수급할 나이인 만 65세가 되는 해다.
국회는 20일 본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합의라고는 하지만, 표결에서는 84표의 반대·기권표(반대 40명, 기권 44명)가 쏟아졌다.
국민의힘 최연소인 김용태 의원(1990년생)과 우재준 의원, 조지연 의원, 이준석·이주영·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등 30대 의원들과 40대 정희용·진종오 의원 등을 주축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에서도 30~40대 의원들을 중심으로 7개의 반대·이탈표가 나와, 연금 개혁이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김 의원은 우선 젊은 세대의 반대 의견에도 이러한 여야 합의안이 나온 것을 '기성세대가 장악한 정치권력' 탓으로 돌렸다. 그는 "구조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장악한 정치권력은 기성세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애초에 구조개혁에 진심이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건 개혁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정치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라며 "미래세대를 약탈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어 "왜 젊은 세대가 더 내고 기성세대가 더 가져가느냐"며 "시한부 국민연금에 산소호흡기나 달아주는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민연금 개혁에서는 구조개혁 실행을 약속하지도 않았고 검토만 하겠다고 결정하고서는, 모수개혁으로 그쳤다"고 지적했다. '구조개혁'이란 국민연금 수입과 지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만약 구조개혁 없이 현재 방식(모수개혁)만 유지하면, 2050년대에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모수개혁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여서 현재 국민연금의 수혜자들인 기성세대들에게만 이익을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젊은 세대의 국민연금 수급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앞으로 30년 이상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 20·30대의 경우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현재 37세인 본인은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예 못 받거나, 받아봐야 손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면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층의 반감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향후 국민연금 보험료가 크게 오른다면,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차라리 국민연금에 돈을 내는 대신 미국 등 해외 주식 시장에 투자해 각자 노후를 준비하겠다는 생각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현상이 확산하며 결국 대한민국 사회 자체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정책이 결국 기성세대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아예 국민연금을 폐지하겠다는 정치인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로 2010년대에 경제 위기를 겪은 그리스에서는 공적 노령연금 지급액이 약 50% 삭감되는 극단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한국도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국민연금 개혁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적극적 구조개혁이란 "기초연금 체계를 재논의하고 절감된 국가 재정을 국민연금 기금에 미리 적립하고 투자해 증식하는 방식"이라며 "이렇게 하면 국민연금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독일에서는 2025년 연방 하원 선거 이후 이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국가 재정을 사후적으로 국민연금 부족분을 메우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미리 국민연금 기금에 적립하고 투자해 미래 부담을 줄이자는 적극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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