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가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를 골자로 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을 합의하고 통과시키자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여야가 담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서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땜질에 불과하다. 기금 고갈 시점을 기껏 9년 연장하는 미봉책으로 미래세대의 부담과 불신을 해소할 수는 없다"며 "청년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니 청년들의 실망이 크고 연금 가입을 주저하게 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세금은 내리면 다시 올리기 어렵고, 복지는 올리면 다시 내리기 어렵다"며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내린 것은 여야가 어렵게 합의했던 것인데, 이것을 43%로 올린 것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여야가 담합한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이거라도 해야 욕을 덜 먹을 것 같아서 했는지는 몰라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국 근본적인 연금 개혁은 다시해야 한다"며 "그러나 소득대체율을 43%로 올려버린 탓에 앞으로의 연금 개혁은 더 꼬이고 어렵게 됐다. 개혁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도 70점짜리면 평가하겠지만, 20점짜리를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및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군 복무·출산 크레디트 확대 등 모수 개혁을 담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합의했다. 이어 같은 날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극적 합의로 이뤄진 18년 만의 연금 개혁이지만, 연금 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게 됐을 뿐, 결국 부담은 현재 젊은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합의안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기로 했다. 내년부터 해마다 0.5%포인트씩 8년간 오른다. '받는 돈'을 정하는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내년부터 43%로 올린다. 소득대체율은 올해 기준 41.5%다. '더 내고 더 받는' 것이 핵심이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 통계에 따르면 40년 보험료 납입, 25년 연금 수령을 가정하면 내는 돈은 약 5000만원, 받는 돈은 약 2000만원 늘어난다.
이번 개혁으로 연금 적자 전환 시점은 2041년에서 2048년으로,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에서 2064년으로 각각 7년, 9년 늦춰지게 됐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년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청년들 사이에서는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날 합의안 발표 이후 정치권에서도 30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번 개혁안은 결국 수년 내 기금 고갈이 자명하다. 그 부담은 결국 젊은 세대에게 다시 전가될 것"이라며 "지금 60대 정치인들은 이 계수 조정 방식으로 10년 정도 시간을 벌고 그사이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이런 식의 개혁이 계속된다면 미래 세대는 더욱 심각한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고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건 개혁에 대한 합의가 아니라 정치 기득권을 장악한 기성세대의 협잡이다. 미래 세대를 약탈하겠다고 합의한 것이냐"며 "왜 나만 더 내고 너만 더 가져가나. 시한부 국민연금에 산소호흡기나 달아주는 합의에 동의할 수 없다. 오늘 상정할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공개 반대한다. 여야는 당장 구조개혁에 합의해야 한다"고 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국민연금은 청년들 등골 빼먹는 폰지 사기다. 대한민국 최대 기득권인 86세대 은퇴가 다가오니 이제서야 보험료율을 찔끔 올리면서 소득대체율도 같이 올려 미래세대 부담은 여전히 무겁게 만들었다"며 "청년들이 연금 받을 나이에는 어차피 한 푼도 남아있지 않을 텐데, 이따위 개혁보다는 차라리 국민연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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