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초대형 유상증자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면서 자본시장 안팎에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증권신고서를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린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유상증자를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기존 입장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공시하자마자 해당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내 증시 사상 최대 증자 규모인 만큼 투자 판단에 대한 충분한 정보 기재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최근 보호무역주의 경향 강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금번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음”이라고 언급했다.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7영업일 이내에 중점 심사항목을 위주로 집중심사를 진행한다. 최소 1회 발행사와 대면 협의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본격적인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결과를 낸 듯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앞서 증권신고서 심사가 진행 중인 삼성SDI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지난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SDI 유상증자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중점심사 제도 도입 이후 금감원이 기업의 자금조달에 제동을 건다는 비판을 받자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그동안 주주보호는 물론 신속한 심사를 진행해 기업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중점심사 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신고서 심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금감원이 성급하게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점심사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것이라 해도 성급하다는 것이다. 증권신고서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나올 만한 발언이 시장에 곧바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유상증자 당위성을 평가하는 듯한 태도는 여전하다는 말도 나온다. 투자 정보가 주주 및 시장에 충분히 전달됐는지를 보기보다는 발행사가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를 평가했다는 뉘앙스가 짙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선도적 지위 구축에 필요한 자금’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대기업의 유상증자는 괜찮고, 중소형 기업의 유상증자는 안 되는 것이냐는 냉소섞인 반응도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자세히 보면 사뭇 결이 다른 점이 다수 있다”며 “적정성 여부는 시장에서 판단할 문제인 만큼 금감원이 굳이 사전에 이런 식의 입장을 내놓을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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