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공매 데이터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의 한 3성급 호텔은 지난달 감정가 86억2600만원의 63.8%인 55억원에 매각됐다. 제주 인기 관광지인 올레 전통시장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서귀포시 중심가에 있다. 두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반값(42억원)으로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주인을 찾았다.
서귀포시 동홍동 A빌라 전용면적 77㎡는 지난달 초 감정가(3억5400만원)의 반값인 1억8000여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빌라는 전원주택형 주거지로, 골프 투어 등을 위한 단기 임차 수요가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세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1억2100여만원으로, 감정가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나자 응찰자 13명이 몰렸다.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제주도 부동산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 19일까지 236만8712명이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1년(176만5138명)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그 후 차츰 회복세를 보였고 작년 267만3580명이 제주도를 방문했다.
경매 시장에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오피스텔과 빌라, 숙박시설이 반값에 나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주 한 달 살이’ 추천 숙소로 유명한 연동의 한 생활숙박시설은 지난달에만 4건이 경매 시장에서 팔렸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모두 40%대 안팎으로, 감정가의 반값도 안 되는 수준에서 매각됐다. 제주공항 인근의 가성비 좋은 호텔로 명성을 얻은 한 생활숙박시설도 15개 물건이 지난달 경매 시장에서 낙찰가율 27~33%에 손바뀜했다.
봄을 맞아 제주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이벤트가 이뤄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생활숙박시설은 위탁 수수료를 받고 일정 수익을 받는 분양형 호텔과 비슷하게 운영된다”며 “제주도에서 공급 자체가 많았고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수요자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한동안 시세차익을 얻기는 힘들고 대출 없이 안정적으로 임대 수익을 노린다면 저가 낙찰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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