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에 미국 내 1호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립하는 등 4년간 21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다음달 2일로 예고된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현대차그룹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야별로 자동차 생산 86억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63억달러, 부품·물류·철강 61억달러 등이다. 이번 투자액은 현대차그룹이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후 40년 동안 투자한 금액(205억달러)을 넘어서는 규모다. 미국을 한국에 이은 ‘제2의 생산기지’로 삼은 것이다.
정 회장이 이날 “현대차그룹이 미국 산업의 미래에 강력한 파트너가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 위대한 기업인 현대와 함께하게 돼 큰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핵심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일관 생산시스템을 갖춘다는 데 있다. 현대제철의 해외 첫 생산 거점인 루이지애나 제철소에서 생산한 연 270만t 규모의 철강 제품을 활용해 앨라배마(현대차·생산능력 연 36만 대), 조지아(기아·34만 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30만 대)에서 자동차를 연 100만 대 생산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의 핵심 부품도 현지 공장에서 조달한다. 현대차그룹은 26일 준공식을 여는 HMGMA의 생산능력을 향후 연 50만 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번 투자로 현대차그룹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에서 한발짝 비켜날 여지가 생겼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하는 만큼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투자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 대상에 자동차 또는 한국이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부과 계획과 관련해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정은/양길성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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