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경북 북동부 4개 시·군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산불 피해 지역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안동시(2명), 청송군(3명), 영양군(4명), 영덕군(6명) 등 4곳에서 모두 15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들은 도로,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번진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전날 밤 11시께 도로 등에서 일행 등으로 추정되는 불에 탄 남녀 시신 4구가 발견됐다. 또 60대 남성 1명이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청송군에서도 70·80대 노인 2명이 자택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청송읍 한 외곽에서도 불에 탄 60대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
또 가족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70대 여성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진보면에서는 치매를 앓는 80대 여성 1명이 실종된 상황이다.
안동에서는 임하면과 임동면 주택 마당에서 각각 50대와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고,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50대 여성의 남편도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덕군 매정리에서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3구가 발견됐으며, 산불로 인해 고립된 주민 104명이 해경과 민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산불 피해가 커지면서 당국의 대피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2일부터 인근 도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음에도 순차적으로 위험지역 주민 대피를 유도하지 않고, 사태가 심각해진 후에야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혼란을 초래했다.
특히, 고령자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점, 야간 대피의 위험성을 간과한 점 등이 문제였다. 야간에 도깨비불처럼 날아드는 불씨를 피해 산불 현장을 안전하게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나 부상자 등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굉장히 심각한 산불이다"라며 "인명 피해를 줄이려 최선을 다했으나 피해를 막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경북도 측은 "산불 피해 지역 주민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