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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크라 '흑해 휴전' 합의했지만 발효시점 이견…러 "제재 해제" 강조

입력 2025-03-26 07:43   수정 2025-03-26 11:2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의 휴전과 에너지 인프라 공격 중단에 합의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각각 만나는 ‘3각 합의’를 통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농산물·비료 수출을 돕기로 하면서, 러시아 제재 수위 약화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다시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 마쳤지만…발효 시점 이견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미국의 중재로 지난 23일부터 이날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고위급 실무 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군사 목적으로 상업 선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흑해 협정 이행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모든 당사국은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알렸다.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의한 미러 양국의 ‘에너지 인프라 상호 공격 30일간 중단’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공격을 일시 중단하는 시설에는 정유공장, 석유 저장 시설, 석유·가스관 시설, 발전소와 변전소 등 전력 생산·송전 시설, 원자력 발전소와 수력발전소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백악관과 크렘린궁은 에너지 및 해양 분야에서의 이 같은 합의 이행을 도울 제3국의 중재를 환영한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동일한 입장을 냈다.

세 국가 모두 큰 틀에서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지만, 합의 발효 시점을 두고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합의 효력은 즉시 발생하는 것”이라며 “러시아가 합의를 어기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기와 제재를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합의를 위반할 경우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합의에서 빠진 점을 지적했다.

크렘린궁은 “러시아산 농산물·비료 수출을 가로막은 각종 제약이 풀려야 합의가 이행될 것”이라며 ‘제재 해제’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로셀호스)과 러시아 선적 선박, 러시아 식품 생산·수출업자 등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고 식품·비료 관련 금융기관이 국제 결제 시스템에 다시 연결돼야만 합의 결과를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은 금융 제재를 통해 러시아 농산물 거래를 간접적으로 제한했다.
○러, 서방 제재 추가 해제 노려
미국은 일단 러시아 제재 강도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백악관은 “미국은 농업 및 비료 수출을 위한 러시아의 세계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며, 이러한 거래를 위한 항구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유럽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쟁 이후 지속해 온 대러시아 제재 효과가 약화할 수 있어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이것이 제재의 약화라고 생각한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가 추가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협상에서 러시아가 제시한 금융 제재 완화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이는 서방이 유지해 온 대러 제재 체제에 있어 중요한 후퇴를 의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엘리나 리바코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 또한 “러시아는 단순히 농산물 수출량 증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방의 제재 체제에 구멍을 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정이 미국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30일간의 전면 휴전을 제안했다. 최근 들어 러시아가 흑해 동부에서 해군을 철수하는 등 해상 전투 비중이 비교적 낮다는 점도 이번 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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