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통풍치료제 임상을 중단하고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상 비용을 아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통풍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티굴릭소스타트'의 임상 3상(EURELIA-2)을 자진 중단한다고 27일 공시했다.
티굴릭소스타트는 알약 형태의 먹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통풍의 주요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잔틴 산화효소)의 발현을 억제하는 원리다.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었다.
LG화학은 그간 티굴릭소스타트의 임상 2건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중단한 건은 약 2600명의 고요산혈증 통풍 환자를 대상으로 통풍 1차 치료제인 '알로푸리놀'과 비교하는 다국가 임상이었다. 미국, 유럽, 한국 등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또 다른 임상(EURELIA-1)은 같은 적응증을 가진 환자 약 350명을 대상으로 위약과 티굴릭소스타트를 비교했는데 지난해 11월 위약군 대비 통계적 우월성을 증명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내부적으로 상업성을 평가한 결과 통풍치료제의 자체 개발은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다만 파트너사를 통해 진행 중인 중국 임상은 그대로 진행한다. 2022년 LG화학은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에 티굴릭소스타트의 중국 개발 및 상업화 독점권을 총 9550만달러에 기술수출했다. 현재 상하이 푸단대 화산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그간 대사질환, 암 및 면역질환, 백신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개발해왔다. 최근 석유화학 및 이차전지 등 LG화학의 주요 사업이 고전하면서 신약개발에서도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2조3366억원, 영업손실은 2520억원으로 영업실적이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2월 실적발표 이후 모든 투자의 경제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최적의 자원을 투입해 재무 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G화학은 향후 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두경부암 치료제 및 면역항암제, 암 악액질 치료제 등 주요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임상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약을 보유한 미국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희귀 비만약 기술수출 사례처럼 항암 외 영역에서도 다양한 기회를 검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지난해 1월 미국 리듬파마슈티컬스에 약 4000억원 규모로 비만약을 수출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 시장조사 결과 투자비용 회수 등 경제성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임상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항암제 파이프라인 확대에 집중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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