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발생하면 경제 피해가 최대 292조엔, 사망자는 3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1995년 한신 대지진을 웃도는 최악의 피해다. 일본의 존립마저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 전문가 검토회는 이런 내용의 난카이 해곡 대지진 피해 추정치를 발표했다.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9.0 강진을 유발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을 가정해 쓰나미 높이와 침수 면적 등을 새로 계산해 추정한 피해 규모다.
100∼150년 간격으로 일어난다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도카이 앞바다에서 규슈 앞바다로 이어지는 난카이 해곡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이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30년 안에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80%로 보고 있다.
검토회가 새로 내놓은 경제 피해 추정치는 최대 292조3000억엔으로, 2013년 추정치(220조3000억엔)보다 악화했다. 인프라 노후화가 피해를 키우고, 건물 내진화 등 인명과 직결되는 대책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니혼게이자이 지적이다. 신문은 “국가의 존립에 관련된 사태로 간주해 대비를 충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토회는 오키나와현에서 후쿠시마현에 걸쳐 넓은 면적에 높이 3m 이상의 쓰나미가 도달하고 고치현 일부 지역에는 최고 약 34m의 쓰나미가 덮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전 추정 때보다 지형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30㎝ 이상 침수 위험이 있는 지역이 30% 확대됐다. 인플레이션 영향도 있어 피해액 전체가 불어났다.
산업이 집적된 도카이 지방과 긴키 지방 등이 심각한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피해 지역 공급망 단절로 전국적인 생산 및 서비스 활동 중단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영향이 장기화하면 일본뿐 아니라 세계 경제 파급도 우려된다.
사망자는 최악의 경우 29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13년 추정(32만3000명) 때보단 감소했다. 사망자 중 21만5000명은 쓰나미에 의해 희생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역별 사망 추정자 수는 시즈오카현이 10만1000명으로 가장 많고 미야자키현 3만3000명, 미에현 2만9000명으로 제시됐다. 피난민은 123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 작년 8월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7.1 지진이 일어나자 난카이 해곡 대지진 발생 확률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이후 1주일간 임시 정보를 유지한 뒤 지각에 큰 변화가 없다고 보고 해제했다. 그사이 곳곳에서 일상 용품 사재기가 일어나는 등 한동안 거대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지진 발생 확률은 예상되는 지진이 일어날 때까지 계속 높아진다. 일본은 매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 신년판을 공표한다. 지진조사위원회 위원장인 히라타 나오시 도쿄대 명예교수는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1% 정도 상승한다”며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 것은 아니지만 평소 지진에 대비해 달라”고 말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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