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국으로 들어가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약 60여 교역국에 징벌적 관세를 추가로 얹는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증권가에선 이미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구리, 목재 등은 적용받지 않음에도 한국에 부과된 관세율이 예상보다 높고 이로 인해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 있어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특성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미국이 관세를 '지저분한 15개국'(dirty·더티 15)에만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60개국에 부과됐고, 평균 10% 수준을 예상했지만 평균 29%가 부과됐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관세율이 부과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관세 발표로 향후 전반적인 기업의 원가 상승과 수요 위축에 따른 기업 이익 감소, 경기 침체와 신용등급 하락 압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가별 협상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당분간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고 있어서 사실상 관세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비관세 장벽 등을 통해 미국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한국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상호관세의 사실상 유일한 예외는 멕시코, 캐나다, 미국 간의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 무역 협정을 준수하는 제품이다. 이는 북미에서 제조되는 미국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각국별 상호관세 가운데 10%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관세는 오는 5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각국별 개별 관세는 9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발표한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25%의 관세는 3일부터 별도로 부과되기 시작한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이미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자동차와 철강 및 알루미늄에는 상호관세가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미국 주식시장 정규장은 장 마감 이후 상호관세 불확실성을 선반영해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 마감했으나 높은 관세율로 경기 침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시간외 거래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이 시각 현재 뉴욕증권거래소 시간외 거래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선물은 2.7% 내리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물과 나스닥100선물도 각각 3.9%와 4.7% 급락했다.
정규장에서 5% 급등했던 테슬라는 시간외거래에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해외에서 생산한 의류를 미국으로 수입해오는 나이키와 갭도 시간외 거래에서 각각 7%와 12%가량 떨어졌다.
중화권에서 위탁생산한 IT제품과 반도체를 수입하는 애플과 엔비디아도 각각 6%와 4% 하락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장 마감 이후 공개되는 상호관세가 생각보다 온건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우세했고 경과가 공개되는 만큼 불확실성은 낮아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며 "예상보다 높은 관세율에 시간외 거래에서 낙폭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또 "주식시장 반등과 ADP 고용지표 호조세의 소식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였던 미국 국채 수익률도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하락 반전했다"며 "벤치마크 금리인 10년물은 전일 대비 4bp 떨어졌고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2년물은 2bp 내렸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경우 수출 측면에서 상호관세 부과로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공산이 커져 사실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단 최악의 수준에 근접한 상호관세율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칠 공산이 커졌고 미국 경기 둔화와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변수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자동차 등 주요 수출제품의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고 베트남 생산기지를 통한 우회 대미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2분기부터 대미 혹은 대아세안 수출 둔화 등으로 국내 성장률의 추가 둔화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올해 0%대 성장률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불안 요소다. 박 연구원은 "달러화 환율의 추가 상승, 즉 1500원선 재위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국내 주식 시장 입장에서도 단기적으로 추가 조정 리스크에 노출될 여지가 커져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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