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내달 3일 전당대회를 열고 제21대 대통령 후보자를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당 내부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9일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주미대사를 지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제·외교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고, 호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선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14~15일까지 경선 후보자 등록을 받기로 하면서 당 물밑에선 “한 권한대행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한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탄핵 정국에서 경제와 외교 분야 전문성을 두루 갖추고 있어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에 나설 수 있는 적임자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전쟁에 나서면서 대미·통상 외교 전문가인 한 권한대행이 대선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취지다.
또 다른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진보 진영에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 후보가 나올 때마다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듯 보수 진영에서도 호남 출신이 대선에 나서는 새로운 서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K 출신인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진보 진영 대선 주자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됐듯 국민의힘 지지세가 약한 호남 출신 인사가 대선에 나서 최대한 많은 지지층을 포섭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호남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이날 오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도 “한 권한대행이 이번 경선에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취지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수영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에 쉐쉐’ vs ‘한미동맹 수호자’” “‘통상 정책 잘알못’ vs ‘통상 정책의 달인’” “‘안동 출신 막산이’ vs ‘전주 출신 갓생이’”라 적으면서 사실상 한 권한대행이 출마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평가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이자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중’ ‘사법 리스크’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한 권한대행의 강점을 부각한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권한대행이 최근 총리실 간부들에게 “대선의 ‘ㄷ’ 글자도 꺼내지 마라”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후보에 나서는 실익보다 손실이 커 출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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