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브 주가는 이날 1만5500원(6.72%) 급락한 21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한때 20만9500원까지 밀려 낙폭이 9%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으로 증시가 짓눌린 가운데 사흘(4월 7~9일) 동안 약 13% 밀렸다.
엔터 업종은 증권가에서 트럼프발(發) 관세 불안에 비교적 면역력이 있는 업종으로 꼽혀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조치 발표에서 거론조차 안 됐을 뿐 아니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실물 음반 등 일부 굿즈(기획상품)의 경우 매출 내 비중이 미미해서다.
하이브 주가가 약세였던 것은 1분기 실적 부진 전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IBK투자증권은 하이브의 1분기 실적이 매출액 4329억원, 영업이익 21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531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1분기 세븐틴 유닛인 '부석순'(70만5000장) 싱글 2집과 '호시X우지' 싱글 1집(37만장), '르세라핌' 미니 5집(58만장) 외엔 앨범 신보 발매가 없었턴 탓에 1분기 매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다만 1분기 공백기를 보낸 아티스트들 중 대부분이 2분기 복귀(컴백)를 예정하고 있어 연간 추정치에는 큰 변동이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6월 주력 지적재산권(IP)인 BTS의 멤버 전원이 전역하는 만큼, 하반기 완전체 활동이 재개될 전망이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의 지도부가 잇따라 한·중 간의 문화교류를 강조하면서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지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 '중앙 주변공장회의'에서 "주변국 운명 공동체 구축에 집중하고, 주변국 업무의 새 국면을 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주변국 외교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한·중관계에도 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BTS 멤버들 전역 땐 활동 기대감과 팬덤 플랫폼 '위버스' MAU 등 활동지표도 함께 고조될 것"이라며 "단기 실적보다는 확실한 성장 모멘텀에 주목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환욱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BTS의 글로벌 인기가 정점을 지났을지라도 코로나19와 군백기(입대로 인한 공백기) 동안 공연 티켓값이 오르고, 글로벌 투어 시장이 확장된 가운데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내년 실적 기여분은 역대 최대치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짚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눈에 보이는 주가 상승 모멘텀을 두고도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위축된 탓에 주가가 1분기 실적 우려에 과도하게 반응한 것 같다"며 "현재 가격대는 싸기 때문에 저가 매수에 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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