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논의에 진통을 겪고 있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LIV골프가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펼친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다. 이번이 벌써 세번째, 양측이 합병에 커다란 이견을 확인한 상태에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으로 LIV골프가 출범한지 이제 3년째, PGA투어에서 배격당한 LIV선수들은 조금씩 메이저 대회를 점령하고 있다. 2023년 브룩스 켑카(미국)가 PGA챔피언십을 정복한데 이어 작년에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US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와 디오픈은 아직 LIV가 점령하지 못한 영토다. 마스터스의 경우 앞선 두 대회에서 각각 욘 람(스페인)과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당시 PGA투어 소속으로서 우승했다. 하지만 람이 우승 이듬해 LIV로 이적하면서 현재 기준으로는 LIV와 PGA가 각각 1승씩 나눠가진 모양새가 됐다.
올해 마스터스 출전선수 95명 가운데 LIV 소속은 총 12명이다. 3라운드로 치러지는 LIV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인정받지 못한다. 때문에 마스터스 초청 기준인 '세계랭킹 50위 이내'를 충족시킨 선수는 없다. 전 마스터스 챔피언(람, 필 미컬슨 등 7명), 최근 5년 메이저 대회 우승자(디섐보, 켑카, 캐머런 스미스), 작년 대회 톱10(티럴 해튼) 자격으로 11명이 초청받았고 호아킨 니만(칠레)이 특별 출전권을 얻었다.
올해는 특히 LIV와 PGA투어의 합병 협상에 파열음이 이어지는 와중에 열려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두 투어는 2023년 합병 추진 선언 이후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에 호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최근 PGA투어는 영리법인인 PGA투어 엔터프라이즈에 15억달러(약 2조1843억원)을 투자하겠다는 PIF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ESPN이 보도했다. PGA투어 엔터프라이즈 이사회의 공동의장을 PIF 총재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PGA투어와 LIV 양측에서 모두 "각자의 길을 가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감정적인 골도 깊어지고 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PGA투어의 자존심을 지켜줄 대표 선수들로 꼽힌다. 올 시즌에만 벌써 2승을 거둔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를 통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완성을 노린다. 디펜딩 챔피언 셰플러는 이번에도 우승하면 역대 여덟번째 '세번 이상 그린재킷을 입은 선수'가 된다.
LIV에서는 람과 켑카, 디섐보가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명문클럽 오거스타 내셔널 정복을 노린다. LIV는 마스터스를 통해 존재감을 최대한 과시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PGA투어와 통합이 요원한 상황에서, LIV의 인기는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올해 폭스TV를 통해 정식 중계를 시작했지만 지난주 LIV마이애미 경기는 PGA투어 발레로 텍사스 오픈 시청률의 3분의1에 그쳤다. LIV선수들로서는 골프계에서 잊혀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강할 수 밖에 없다.
LIV에 조금씩 관문을 열어주는 다른 메이저 대회와 달리 마스터스만 여전히 엄격한 출전 기준을 지키는 점도 LIV선수들에게는 전투력을 자극하는 요소다. 앞서 US오픈과 디오픈은 올해부터 LIV 개인순위 최상위자에게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반면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존 출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선수는 특별 초청 방식으로 다룰 것"이라며 LIV만을 위한 별도의 출전 자격을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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