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제작진과 출연진이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의료계 이슈로 방영 전부터 우려의 시선이 있었지만 "열심히 행복하게 찍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원호 감독은 10일 서울 구로구 한 호텔에서 진행된 tvN 새 주말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제작발표회에서 "오랜만에 나온 청춘 성장 드라마"라며 "정말 재밌다"고 거듭 강조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24시간을 다룬 작품.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병원에서 유일하게 탄생을 다루는 산부인과에서 저마다의 처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전한다는 목표다.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감동을 선사하며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고, 이민수 감독과 김송희 작가가 각각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신원호 감독은 "크리에이터라고 하지만 책임자, 아빠 이런 느낌"이라며 "우리 애들 많이 예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스핀오프는 처음 시도인데, 이전부터 저희 세계관을 확장하길 바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각복을 쓴 김송희 작가가 이전부터 함께 작업을 했고, 산부인과를 배경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세계관을 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슬기로운 교수들의 더 슬기로운 과정을 담았다면, 이번엔 미흡한 청춘들이 슬기롭게 성장하게 되는 과정을 담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 "저 역시 직업적인 소명의식 이런게 처음엔 없었다"며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오늘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급급하고 휴가만 기다리는 그런 모습들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원호 감독은 "요즘 성장 서사가 없더라"라며 "차근차근 기다리는 성장보다는 극적인 성공서사를 보고 싶어하는 거 같더라. 오랜만에 보는 감동이 있는 성장 서사물, 청춘물이 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민수 감독은 "스핀오프라 이전의 설정을 가져가면서도 변화를 주려했다"며 "율제병원도 본원이 아닌 어딘가에 있는 분원 설정이고, 기존의 '슬기로운 의사생활' 분위기는 가져가면서 변화를 주려했다"고 했다.
또 "산부인과는 출산을 다루는 산과와 질병을 다루는 부인과가 동시에 있는, 오묘함이 있더라"라며 "그런 오묘함에 청춘들의 성장 서사가 어울릴 거 같았다. 그래서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왔다"고 부연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방영을 앞두고 의료계 이슈로 방영 시기까지 1년 가까이 미뤄졌다. 신원호 감독은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안 있었을 거다"며 "보호자 역할을 하다보니 제가 얼굴을 내밀게 된다"고 했다.
이어 "노심초사했다"며 "우리가 걱정한 건 딱 하나다. 대본을 내고, 촬영을 하고, 중반 이후 이런 사태가 벌어졌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준비한 젊은이들의 예쁜 이야기를 콘텐츠 그대로 봐야하는데, 그게 다르게 읽힐까봐 걱정됐다. 그래서 편성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원호 감독은 또 "만들어서 풀어내는 거까지 저희 몫"이라며 "이렇게 보든, 저렇게 보든 모든 시청의 시선은 보시는 분들의 몫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처분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을 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출자라면 이정도까지만 하겠는데 제가 아빠라, 정말정말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작가, 연출, 배우들 모두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다. 정말 예쁘게 만들었다. 다른 이유로 못 본다면 가슴 아플 거 같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의료계를 미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 파업을 진행하면서 국민적인 반감도 커진 만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현실을 왜곡해 반영하는 게 아니냐는 것.
신원호 감독은 "리얼리티를 많이 살린다는 이미지가 있다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우리는 현실에서 개연성 있다 싶은 얘길 허구로 만들어내는 팀이고, 그 가운데 디테일을 리얼리티로 채우는 거지 모든 걸 반영하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조사하고, 취재하고 하면서 '제발 산부인과 전공의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며 "기피과라고 해서 부족 현상이 있는데, 저희에게 '판타지'라고도 하는데, 많은 사람이 원하는 바를 그려내는 팀이다. 그게 보고 마음이 좋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됐다 싶어서 이렇게 구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민수 감독은 "미리 나온 대본을 재밌게 촬영하고, 배우들끼리도 친해져서 촬영 막바지에 그런 이슈를 들었다고 뭔가 분위기가 침체되진 않았다"고 했다.
고윤정은 산부인과 레지던트 1년차 오이영 역을 맡았다. 오이영은 레지던트 재수생으로 졸부 집 늦둥이에 전교 1등 학창시절을 보내며 사회생활은 낙제자가 된 인물. 신시아는 레지던트 표남경 역으로 캐스팅됐다. 표남경은 잠은 포기해도 메이크업은 포기하지 못하는, 율제 최고의 패셔니스타다.
강유석이 연기하는 엄재일은 음악방송 1위에 올랐던 아이돌 출신 레지던트다. 히트곡 하나를 남기고 사라졌지만, 이후 공부에 매진해 의대에 합격했고 '아이돌 출신 최초의 전공의'라는 타이틀까지 얻었지만 의사들 중엔 꼴찌를 이어가면서 지원 미달 산부인과에 오게 됐다.
한예지는 의대도, 국시도 모두 1등인 레지던트 김사비에 캐스팅됐다. 김사비는 1등 전공의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각종 환자들을 만나면서 혼돈을 겪는다. 정준원이 연기할 구도원은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차로 교수들에게는 '구반장', 후배들에겐 '구신(新)'으로 불리는 인물. 하지만 새로운 1년차 레지던트들의 등장으로 단조로운 일상 루틴에 변화가 일어난다.
고윤정은 "'슬기로운' 시리즈 뿐 아니라 '응답하라' 시리즈까지 재밌게 본 하나의 팬이었다"며 "저 웅장한 세계관에 내가 한명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얼떨떨했다"고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던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설렌다"고 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 이후 첫 주연작으로 극을 이끄는 것에 대해 "비중과 관계없이 누가 되지 않길 바랐다"며 "좋은 스태프, 배우들과 함께해서 의지하면서 제가 준비한 거 보다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거 같다"고 전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신시아는 "영화 '마녀2' 이후 공백기가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나에게 또 오는구나' 하면서 너무 잘 하고 싶었다"며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또 촬영장에서 "진짜 동기가 된 마음이었다"며 "재밌게 최선을 다해서 임했다"고 했다.
강유석도 "저도 '응답하라'나 '슬기로운' 시리즈를 보면서 자랐다"며 "저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오디션을 보고 최종까지 됐다는 말에 감개무량하고 행복했다. 사람들이 주변에 여럿 있어서 크게 소리지르지 못했지만 속으로 크게 환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촬영이 끝나는게 아쉽고 슬플 정도로 열심히 재밌게 잘 찍었다"며 "이 작품이 나온다는 생각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 같다"고 했다.
이어 "'폭싹 속았수다' 은명이는 보면서 답답해 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여기에서는 좀 더 밝은 에너지를 연기해서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을 거 같다"고 소개했다.
세계관 확장 후 '슬기로운 의사생활' '99즈'도 특별출연했는데, 신원호 감독은 "섭외에 너무나 흔쾌히 응해줬다"며 "특별출연이 아니라 그냥 출연자로 넣어주길 바랄 정도로 자기 작품처럼 여겨줘 고마웠다"고 했다.
한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12일 밤 9시 10분 첫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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