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작가는 후천적으로 시각을 상실한 장애인이다. 경리를 꿈꾸다가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됐고, 에세이를 쓰며 작가가 됐다. 첫 책을 통해 마사지사로서, 딸로서, 여성으로서 대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는 이번 에세이에선 시각장애인이 경험한 여행의 여정을 담았다.
작가는 첫 책을 낸 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찾아왔고, 글쓰기가 부담스러워졌다고 고백한다. 이 때문에 낯선 경험을 찾아 나섰다. 그러고 쓰고 싶은 마음을 되찾았다. 신간은 그 과정을 기록했다.
좌충우돌 여행기를 시작으로 플라멩코 수업, 배리어 프리 전시, 바리스타 자격시험, 성형외과 상담 등 조 작가가 처음 해본 일들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다방면으로 호기심을 갖고 시도하는 작가의 모습과 감정 변화가 생생하다. 그 경험 가운데 등장하는 가족, 친구, 동료, 마사지 숍 손님들과의 대화도 흥미롭다. 본래 냉소적이라는 작가의 기질과 하고 싶은 말은 기어코 하고 마는 시원한 성격이 개성 있는 대화와 장면을 만들어낸다.
책의 제목은 마지막 글에서 따왔다. 시각장애로 앞이 보이지 않는 그에게 축제의 화려한 불꽃은 색을 잃었다. 고단한 생계로 기진맥진한 어머니와의 일화를 떠올리면, 모녀를 놀리기라도 하듯 시끄럽고 빠르게 스쳐 간 차 한 대가 떠올랐다고 한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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