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마스터스 출전 중 그린이 가장 빠른 것 같다."(현지시간 10일 마스터스 1라운드를 마친 뒤 임성재)
"3번째 출전이지만 이 정도로 빠르고 단단한 그린은 처음이다. '이게 마스터스구나'라고 느꼈다."(1라운드 직후 김주형)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높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의 그린이 한번 더 선수들을 울렸다. 1라운드를 마친 뒤 선수들은 모두 "그린이 정말 빠르고 단단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임성재와 김주형 모두 오거스타 내셔널을 여러차례 경험한 선수들이지만 "올해가 역대급"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쇼트게임 귀신들'이라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에게도 오거스타 내셔널의 그린은 '살벌함' 그 자체다. 특히나 이번 대회에서는 목요일 개막을 앞두고 사흘 전인 월요일, 이 지역에 폭우가 내리긴 했지만 직전 이틀간은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덕분에 워낙 컨디션이 완벽한 것으로 유명한 오거스타 내셔널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더욱 완벽한 잔디 및 그린 상태를 자랑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골프장 설립 초기에는 그린에 버뮤다그라스를 심었다. 잎의 폭이 넓은 편이라 그린 속도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는 초종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골프장측은 그린의 굴곡을 심하게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부터는 그린 잔디를 잎이 가는 벤트그라스로 바꿨다.
그렇다면 빠르기는 얼마나 될까? 임성재는 "그린 빠르기는 공개되지 않는다. 매일 연습그린에서 직접 스피드를 가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재의 말처럼, 오거스타 내셔널은 스팀프 미터를 이용한 그린스피드를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수십년간 미국 조지아주 골프협회가 코스를 평가하는 것도 금지해왔다.
대략적인 수치가 알려진 것은 1991년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미국골프협회(USGA) 코스 등급 전문가 팀을 구성해 마스터스 대회 기간 동안 비공식적으로 코스를 평가했다. 골프먼슬리에 따르면 당시 등급은 76.2였다고 한다. 이는 핸디캡이 0인 골퍼, 즉 이븐파를 치는 골퍼가 파72코스에서 4오버파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2010년 세번의 연습 라운드에서 비공식적인 평가를 다시 진행했다. 이때는 78.1로 늘어났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그린스피드를 잴 때 쓰는 스팀프미터 기준으로는 얼마일까. 골프먼슬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스팀프미터 기준 예상 스피드는 12피트, 즉 3.65m 정도라고 평가했다. 통상 알려진 4m대의 스피드와는 다소 격차가 있다.
하지만 실제 선수들이 겪는 스피드는 3.65m를 훨씬 웃돈다. 이는 그린의 경사와 바람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임성재는 1라운드를 마친 뒤 "내리막 경사에서는 공이 홀에 들어가지 않으면 친 만큼 굴러갈 정도"라며 "세게 친 것 같지도 않은데 계속 구르는 걸 보고 퍼트를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2라운드에서는 그린이 다소 부드러워졌다. 밤사이 오거스타 지역에 시간당 8mm 가량의 폭우가 내린 탓이다. 그래도 코스는 잔디는 완벽한 상태를 유지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그린 하부에 통풍과 습기 제거를 돕는 장치인 그린 하부의 서브에어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날도 다소 그린이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는 있었지만 완벽한 상태를 유지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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