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HD현대중공업은 1.46% 상승한 34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26% 오른 22만6000원에, 한화오션은 3.22% 뛴 8만1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던진 ‘관세 폭탄’으로 한국 증시가 폭락한 지난 7일 종가와 비교하면 1주일 사이 HD현대중공업은 26.13%, HD한국조선해양은 21.37%, 한화오션은 28.16% 치솟았다.
급등세가 이어진 배경은 주말 사이 전해진 IMO의 새로운 환경규제인 ‘탄소세’ 도입 결정이다. 새로운 환경규제안에 나오면서 노후선박을 친환경선박으로 교체하는 수요 확대에 따른 선박 발주 증가를 주식시장이 기대한 것이다.
IMO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지난 7~11일 진행된 제83차 회의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반으로 설정된 ‘온실가스 연료 집약도'(GFI) 기준을 초과한 선박들을 두 가지 등급으로 분류하고, 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에 대해 t당 100달러와 380달러의 탄소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온실가스 초과 배출량이 큰 선박은 t당 100달러와 380달러를 더한 480달러를 물게 될 수도 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박 탄소세 부과 일정을 고려할 때 친환경 선박으로의 선대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현재 글로벌 선대에서 친환경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으로 여전히 낮은 상황이고,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한 친환경 선박의 수주 잔량을 감안해도 비중은 11%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선박 탄소세 도입을 논의하는 MEPC 회의가 진행되던 지난주 주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종의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줬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진행한 전화통화에서 조선업과 천연가스 개발 등의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이 논의되면서 조선주 주가를 밀어 올렸다. 통화를 마친 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덕수 대행과) 조선, 대규모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투자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대행과 통화한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도모하고 중국의 해양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뒤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한국의 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이후 조선업종은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테마로 부상했다. 트럼프 트레이드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수혜주에 대한 매수세를 뜻한다.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된 미국 입장에선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LNG운반선 선대 구축 △중국에 뒤처진 해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군함 건조 및 유지보수(MRO) 등의 분야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선박 발주가 늘어나더라도 중국 조선소에는 일감을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선사로부터) 선가가 낮은 선종이 많이 발주될 텐데, 한국 야드에서 이를 소화하면 잘 갖춰진 선종 구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원가 경쟁력이 있는 아시아 지역 조선사나 전략적으로 진출한 미국의 조선사를 통해 건조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