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퇴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15일(현지시간) 온라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9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 가능성과 관련해 "난 모든 게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최근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에 보낸 서한에서 이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미국의 자본 시장은 전 세계 기업에 비할 데 없는 자금 조달 기회를 제공해 세계가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 특권에는 책임이 따르는데 그 중 핵심은 투명성과 우리 금융 공시 규정의 준수하는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우리 규정을 따르기를 거부하면서 계속해서 미국 자본에 대한 접근을 누린다는 게 걱정된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폐지를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구상이 다시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은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에서 어떤 방식도 제외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지난 3월 7일 기준 미국 증시에 중국 기업 286개가 상장됐다.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1조1000억달러다.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미국 의회는 2020년 미국 회계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퇴출하도록 규정한 외국회사문책법(HFCAA)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회계 당국의 감사에 2년 연속 제대로 응하지 않는 중국 기업을 상장 폐지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다.
더 빠른 방법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법이 거론된다. 중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사용하는 수단인 가변이익실체(VIE)를 금지하는 방법도 있다. 중국 기업은 자국의 외국인 지분 소유 제한을 우회하면서 미국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이 수단을 써왔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기업의 증시 퇴출을 추진하면 관세 정책으로 이미 불안해하는 금융 시장이 더 요동칠 우려가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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