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인 국민의힘에서 최근 들어 일부 후보들을 중심으로 尹心(윤심·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파면된 윤 전 대통령을 당이 끌어안고 가는 모양새는 외연 확장 측면에서 독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예비후보는 16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저를 제외한 다수 후보가 윤심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윤심 팔이를 하고 있다"며 "길게 말씀드리지 않고 이렇게 설명해 드린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민심이 윤심보다 딱 5000만배 중요하다"고 했다.
유정복 예비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아직 윤 전 대통령을 보내주지 못하고 있다. '윤 어게인'이라는 말로 과거 속에 살고 있다"며 "언제까지 윤심에만 기대 대통령선거를 치를 생각인가. 우리 이제 윤 전 대통령을 잊자"고 했다.
이철우 예비후보는 지난 14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정책토론회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과거 총리직을 제안받은 사실 등을 언급하며 각별한 관계임을 어필하면서도 "윤심을 팔아 대통령 하려면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일부 대선 경선 후보를 비롯한 당 소속 의원들이 탄핵 전후로 윤심을 앞세운 데 대한 지도부의 비판도 나왔다.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인 김재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불덩이를 움켜쥐고서 '뜨겁다, 뜨겁다' 한다. 뜨거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불덩이를 손에서 내려놓으면 된다"며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하면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이기고 돌아왔다'거나 '5년 하나 3년 하나'라는 비상식적 말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 당 후보들이 호미로 밭을 일구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은 트랙터로 그 밭을 갈아엎고 있다"며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고 우리 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방법은 없다. '뜨겁다 뜨겁다' 하지 말고 불덩이를 내려놓자. '이긴다 이긴다'만 말하지 말고 대통령과 결별하자"고 했다.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파면 후인 지난 6일에도 "탄핵 선고 이후에도 탄핵당한 대통령을 등에 업고 자기 정치를 하는 무책임한 중진 의원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징계의 대상이자, 제거해야 할 고름"이라며 "부정선거와 '계몽령'의 광기 속에서 칼춤을 추며 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얻은 일부 의원들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사실상 영향력 행사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11일에는 자택 앞에서 지지자 등과 만나 "다 이기고 돌아온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뭐 (대통령) 5년 하나 3년 하나…"라고 웃기도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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