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의 약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더리움 생태계의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더리움의 방향성과 정체성에 대해 진단했다. 패널들은 이더리움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 ▲전략적 우선순위 부재 ▲과도한 생태계 복잡성 ▲명확한 방향성 결여를 지목했다.
16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비들 아시아(BUIDL Asia) 2025'에서는 '이더리움은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Can Ethereum Win Again?)'를 주제로 한 파이어사이드 챗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제이콥 알럭(Jacob Arluck) 셀레스티아 랩스 전략 총괄, 레인 레티그(Lane Rettig) 니어 재단 리서치 헤드, 크리스틴 킴(Christine Kim) 이더리움 핵심 개발 위스퍼러(Whisperer)는 "이더리움은 확장성보다 정체성 정립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알럭 총괄은 "이더리움은 이제 단일 블록체인이 아니라 브랜드이자 네트워크"라며 "그러나 현재 사용자와 개발자들은 레이어2(L2)나 타 블록체인으로 이탈하고 있다. 이더리움 메인넷은 고성능 애플리케이션을 수용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략적 우선순위 부재가 생태계 내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티그 헤드는 이더리움의 복잡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금의 이더리움은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체인, 대체불가토큰(NFT) 체인 등 다양한 네러티브를 시도했지만 명확한 정체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 결제 인프라라는 정체성으로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블랙록, 시큐리타이즈 등이 이더리움에서 자산을 발행하는 이유는 바로 이 점에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킴 위스퍼러는 "이더리움은 여전히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가장 성공한 프로젝트"라고 평가하면서도 "가스 토큰이나 프로토콜 자산으로서의 가치 축적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또한 "지금은 레이어1(L1) 확장성보다 이더리움을 탈중앙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로 만드는 방향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규제 환경 변화가 이더리움의 향후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킴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탈규제 기조가 가속화되면서 그간 이더리움이 누렸던 '규제 안정성 프리미엄'이 약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명확한 전략 수립과 자원 집중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알럭은 의견을 달리 했다. 그는 "자산 발행 중심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특히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자산 토큰화(RWA)는 체인 간 전이성이 높다. 결국 이더리움 인프라가 자생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략적 우선순위 설정 부재와 과도한 복잡성이 현재 이더리움이 직면한 핵심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개발자 중심의 로드맵이 사용자 경험을 뒷전으로 밀어냈고 L2 생태계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지만 명확한 거버넌스 리더십은 부재한 상황이 이더리움의 정체성을 갈수록 약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알럭은 "현재 이더리움은 지나치게 복잡하다. 사용자들은 이더리움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조차 헷갈릴 정도"라며 "과거에는 이더리움이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레티그도 "이더리움은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한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면서 방향을을 잃었다"며 "명확한 비전 없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이더리움의 정체성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킴은 "이더리움 개발자들은 지금까지 '케이크도 먹고 가지고도 있으려는' 욕심을 부려 왔다"며 "그러나 지금은 현실적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개발자 사이에서도 블록 가스 한도 상향이나 블롭(blob) 용량 증대와 같은 실용적 조치들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단순한 확장성 논의보다는 데이터 가용성 레이어로서의 역할 정립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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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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