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에서 “MI308 AI 칩이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됐다”며 “수출 허가가 보장되지 않는 만큼 8억달러(약 1조1000억원)에 달하는 재고 및 계약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고성능 AI 칩에 대해 중국 수출 시 별도 허가가 필요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텔의 가우디 시리즈와 엔비디아 H20도 수출 규제 대상이다.
이 같은 반도체 규제 강화는 단순한 기술 통제를 넘어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과 직결돼 있다. 이날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에 대해 “미국 기술을 활용해 스파이 활동과 기술 절취를 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딥시크가 중국 정부와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봤다. 딥시크를 주도하는 량원펑이 중국 국영 연구 기관 ‘저장성연구소’와 연관돼 있으며, 딥시크는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당국에 전송하고 중국 법률에 따라 정보 검열과 조작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또 싱가포르 법인을 통한 우회 수출 가능성, 중국 이동통신사 및 바이트댄스와 연계된 정황을 지적했다.
특위는 “딥시크가 엔비디아 칩을 최소 6만 개 보유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에 2020년 이후 아시아 국가에 AI 칩을 499개 이상 판매한 내역을 4월 3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엔비디아는 “모든 수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중국 정부는 해당 보고서를 “터무니없는 정치화”라며 반발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반도체 수출 통제가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출 통제 초기에는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혼란을 겪었지만 중국은 이에 대응해 정부 주도 아래 자립화에 나섰고, 주목할 만한 기술적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기업은 중국 매출 감소로 막대한 손실을 봤으며, 이는 높은 연구개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산업 구조상 전반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초청으로 중국을 찾았다. 1월 이후 3개월 만의 방중으로, 중국 내 매출 감소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황 CEO는 미 상무부가 엔비디아 H20 칩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결정한 데 대해 “이미 엔비디아 사업에 중대한 영향을 줬다”며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계속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딥시크를 개발한 량원펑 등을 만나 중국 소비자를 위한 신규 반도체 설계 등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국 정유 업체에도 제재를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산둥성 성싱화학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성싱화학은 이란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위장 기업 등을 통해 10억달러 이상 원유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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