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지난해 유해 수입품이 2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상당수가 중국에서 유입됐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유해 제품 감시체계 ‘세이프티게이트’를 통해 지난해 유해 제품 4137개를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EU에 들어온 저가 배송품은 40억 개가 넘고 그중 90%가 중국에서 배송됐다. 또 화장품이 전체 유해 수입품의 3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장난감(15%) 전기제품(10%) 자동차(9%) 화학제품(6%) 등이 뒤를 이었다.
유해 제품의 절반 이상에 위험 화학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뮴, 니켈, 납 등 중금속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유발 향료도 검출됐다. 화장품의 97%에서는 피부 자극을 유발하고 생식 시스템을 손상시키는 합성 향료 릴리알(BMHCA)이 사용됐다. 마이클 맥그래스 EU 소비자보호 담당 집행위원은 “안전하지 않은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에서 유입된다”며 “우리가 중국 당국과의 양자 협의에 우선순위를 두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EU는 150유로(약 24만원) 이하 저가품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안전 검역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집행위는 지난 2월 저가품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EU 통관청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자상거래 기업에 직수입품 ‘취급 수수료’를 매기고, EU에서 위험하거나 불법인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처벌을 강화하는 안도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저가 수입품을 대규모로 수출하고 있는 테무, 쉬인, 알리바바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주재 중국 상공회의소는 “무역 및 제품 안전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중국 상공회의소는 “EU 시장에서 상품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공동의 책임이며, 우리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자 유럽 파트너들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