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에 불법 가벽을 증축하고 폭을 좁혀 인명피해를 키웠단 혐의로 기소된 해밀톤 호텔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벌금형을 선고받자, 검찰이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 씨(78)의 도로법 및 건축법 혐의를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반정우)에 지난 17일 상고장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씨와 해밀톤주식회사가 유죄라며 항소했으나 기록을 검토해 보면 1심 판단에 수긍이 간다"며 "형이 너무 가볍다는 항소 역시 양형요소를 모두 종합하면 원심의 양형이 적정하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10일 이 씨 등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씨는 벌금 800만원의 원심이 유지됐다. 해밀톤 호텔 별관 라운지 바 임차인 안모 씨(42)와 라운지 바 프로스트 대표 박모 씨(54)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이 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안 씨와 박씨에 대해선 각각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이 씨 등은 지난 2018년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과 라운지 바 프로스트 주변에 테라스 형태의 불법 구조물을 세우고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하고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특히 이 씨는 해밀톤 호텔 정문 서쪽에 설치한 최고 높이 약 2.8m, 최고 너비 6m의 철제 패널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19-3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에 지장을 준 혐의도 있다. 이 씨는 건축법 및 도로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철제 가벽은 건축법상 담장에 해당하지 않고 도로 침범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1심 재판부는 "철제 가벽은 외부 침입 차단이나 호텔 내부 보호를 위해 지은 것이어서 담장에 해당하며 해당 담장이 도로를 침범하는 것도 인정한다"면서도 "담장이 호텔 벽면을 따라 일직선으로 지어졌고 건축선을 넘은 정도도 크지 않아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이 씨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참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호텔 서쪽 가벽에 무죄 판단이 나온 셈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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