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통령에게 바란다⑬] 빚 갚으려 대학 포기… “출발선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입력 2017-05-29 18:17   수정 2017-05-31 16:10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김유경 대학생기자]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어머니는 15세 때 집안형편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했다. 아버지가 수입을 낸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포함해 오빠까지 부양하려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장 역할을 했다는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언제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요. 남들은 한창 공부할 때 저는 일 나가느라 바빴어요. 학교에서는 학생인데 일은 무슨 일이냐면서 보충수업까지 다 끝날 때까지 안보내줘서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주말에는 하루종일 일했어요.

 

Q. 부모님은 학생의 본분에 충실하라고 하지 않나요.

사실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는 돈 안 벌어도 되니까 대학 갈만큼 공부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한 달에도 몇 번씩 빚쟁이가 찾아왔고, 제 스스로 빨리 빚을 갚아서 다시는 그 사람들을 보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대학은 나중에 들어가도 된다고 생각했고요.

 

Q. 친구들은 대학 2학년쯤 됐을 텐데 아직 대학 입학 욕심은 없나요.

아니요. 거의 포기했어요. 빚을 다 갚으려면 적어도 4년은 더 필요한데 그러면 25세는 될 거고, 그때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을까 봐요. 공부를 제대로 못해 기초 지식도 없고요. 그냥 하루하루가 지겨워요. 아무리 돈을 벌어도 나를 위해서 쓰지 못하고 다 빚갚는 데 보태야 하니까.

 

Q. 또래친구들이 부럽지 않으세요?

너무 부럽죠. 고등학생일 때는 이런 게 티가 안나잖아요. 다 똑같은 교복입고 똑같은 급식먹고.. 하지만 대학 때는 확실히 티가 나는 것 같아요. 집안사정에 따라서 그 친구의 미래도 따라간다는 게 느껴진달까. 얼마 전, 가장 친한친구에게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그 친구가 대학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느꼈어요. 동시에 왜 나는 우리집 같은 데서 태어났을까라는 생각도 많이했어요.

 

Q. 현재도 같은 생각인가요.

그렇죠. 하루하루 일하러 가야 하는 삶에 너무 우울해요. 삶에 희망이 없죠. 또 4년 뒤 빚을 다 같은 후에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뚜렷한 계획도 없고 계획을 세우고 싶지도 않아요. 출발점이 다른데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냥 이런 삶이 반복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도 안 낳을 거예요. 저 같은 삶을 살게 하고싶지 않아요.

 

Q. 오빠가 있다고 들었는데 오빠도 직장생활하며 생활비를 보태지는 않나요.

아니요. 그냥 놀고 있어요. 오빠도 요즘 저 같은 생각에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아요. 사실 오빠야말로 군인 월급까지 전부 집으로 보낼 정도였어요. 그런데 제대 후 6개월 정도 하던 직장생활을 그만 둔 뒤에는 계속 백수로 지내요. 

 

Q. 정부 지원금을 받지는 않나요. 

안 나와요. 제가 알기로는 아버지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기준 수입보다 1~2만원을 더 벌어서예요. 그래도 많이 힘든데….

 

Q. 이번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잖아요. 바라는 점이 있나요?

현실적으로 그냥 돈 문제예요. 금전적 부담을 덜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기초생활수급자 기준에도 부합되도록 기준이 바뀌었으면 해요. 또 저처럼 대학에 가고 싶어도 집안 사정 때문에 못 가는 학생을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창업 지원금이나 심리치료지원 등이요. 지금보다 조금 더 보람있게 일하고 퇴근할 수 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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