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진참사, 80대 노부부 "당신 먼저가…금방 따라갈게"

입력 2013-04-22 14:27  


20일 오전 8시2분(중국시간) 쓰촨성 야안시(雅安)시 루산(蘆山)현 왕자(王家)촌.

규모 7.0의 강진이 닥치자 천더룽(80세. 陳得榮)씨 집도 여지없이 심하게 흔들렸고 곧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밖에 나와있던 천씨는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가 가족을 깨우려다 무너진 벽더미가 깔려 다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60년간을 함께 살아온 동갑내기 아내 리치츙(李啓瓊)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 무너진 천장에 깔렸다. 리 씨는 온 몸이 천장 잔해에 깔려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천씨는 부러진 다리에서 피가 흐르는 채로 아들부부에게 "어머니를 구해 밖으로 옮기라"고 소리쳤다.

마을 작업용 차량의 빈자리 하나를 구한 아들부부는 어머니 리씨를 먼저 8킬로미터 떨어진 루산현 인민병원으로 후송시켰고 뒤이어 아버지 천씨를 이동시켜줄 차량을 구해 병원으로 옮겼다.

80살 노부부는 병원 응급실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그렇지만 리 할머니는 병원이 도착한 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고 끝내 이날 오전 11시(중국시간)쯤 맥박이 멎었다.

천 할아버지 역시 수술에 필요한 최소한의 약품이 없어 정작 봉합수술도 받지 못한 채 피를 흘리면서 바로 옆 침대에서 죽어가는 아내를 지켜봐야만 했다.

손녀 천젠펀(陳建芬)은 "할아버지가 옆침대에 누운 할머니를 바라보면서 '당신 먼저가. 나도 금방 뒤따라 갈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관절염이 심했던 아내를 끔찍이 보살폈던 천 씨는 뜻하지 않았던 대지진으로 17살에 결혼해 60년을 넘게 함께 살아온 아내와 끝내 이별해야만 했다.

천 할아버지는 여전히 병상에 누운 채 아들부부에게 "어머니의 시신을 집 창문으로 잘 내다보이는 집앞 언덕에 묻어라"고 말했다.
kmsung@cbs.co.kr
[베이징=CBS 성기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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